Opinion :김기찬의 인프라

이곳 거치면 기업이 믿고 뽑는다는데…비결은 실전형

중앙일보

입력 2021.01.26 00:18

업데이트 2021.01.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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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기찬 기자 중앙일보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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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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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지원이 정말 막강합니다.” “교육받는 동안 ‘준비는 우리가 할게, 넌 공부만 해’라는 느낌을 준다.” “다시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수강신청을 하고 싶다.” 교육을 수료하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과 한창 교육 중인 취업 준비생의 반응이다.

취업 춘궁기에 SSAFY 교육생들
대기업·금융기관, 채용 입도선매
교육생 "싸피만 말해도 합격 위력"
현장 실전형 인재로 양성한 때문
부실한 정부 디지털 뉴딜과 대비

기업의 평가는 더 기가 막힌다. “교육받은 청년들의 실력도 대단하고, 현업에 적응도 빨라서 계속 채용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말이다. “그곳을 거쳐 입사한 신입사원은 알고리즘 등 역량이 뛰어나고, 자기 주도성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현업 기반 과제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협업을 잘한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이런 평가를 한다. 하나같이 청년들에겐 꿈의 직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삼성청년SW아카데미 3기 수료생들이 지난해 여름, 서울 멀티캠퍼스에서 협업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SSAFY]

삼성청년SW아카데미 3기 수료생들이 지난해 여름, 서울 멀티캠퍼스에서 협업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SSAFY]

이 정도 반응이면, 내려치면 뚝딱 소원이 이뤄지는 도깨비 프로그램과 다름없다. 더욱이 일자리 문이 꽉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청년들에겐 눈이 번쩍 뜨일 일이다. 프로그램의 정체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이하 싸피)’다.

국내 직업훈련 시장에 대한 취업 준비생의 평가는 형편없다. “별 도움이 안 돼요. 훈련기관이나 훈련생이나 정부 보조금 빼먹는 수준”이라는 식이다. 그렇다면 싸피는 어떤 교육체계로 운영되길래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이토록 만족하는 걸까.

그 답 또한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했다. 지난해 12월 네이버에 입사한 박모(26)씨는 “학교(컴퓨터공학 전공)와 달리 싸피에서는 실전과 현업 위주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차원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해서인지, 취업할 때 면접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SK㈜ 신입사원이 된 조모(28)씨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조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경험은 싸피가 전부였다. 면접에서도 싸피만 얘기했다. 붙더라. 그게 싸피의 위력”이라고 했다.

싸피는 2018년 시작됐다. 재원은 전액 삼성전자가 부담한다. 6개월마다 500~750명을 뽑아 1800시간 교육한다. 컴퓨터 공학 학부생이 받는 전공 수업(800~1000시간)의 두 배가 넘는다. 방학은 없다. 꼬박 1년을 싸피에 몰입해야 한다. 알고리즘과 코딩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기본과정 5개월을 마치면 1개월짜리 맞춤형 취업경쟁력 제고 프로그램이 기다린다. 이어 5개월 동안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프로젝트형 교육인 심화 과정을 거쳐 1개월 동안 취업 지원을 받는다. 기본과정에서 배우는 것만 대학의 22개 과목 학습량에 해당한다.

지난해 삼성청년SW아카데미 광주캠퍼스에서 교육생들이 실전 심화학습 과정인 프로젝트 수업을 자기주도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 SSAFY]

지난해 삼성청년SW아카데미 광주캠퍼스에서 교육생들이 실전 심화학습 과정인 프로젝트 수업을 자기주도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 SSAFY]

심화 과정에 들어가면 실전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한다. 과업 명세서를 짜고 강사나 교재 없이 자기주도형으로 진행한다. 교육에 필요한 최신 노트북과 서적, 키트는 물론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 서버까지 제공된다. 각 프로그램은 청년 개개인의 역량에 맞춰 차별화돼 있다. 그래서 인문계열 졸업자도 무리 없이 배울 수 있다. 현재 4기와 5기가 삼성 서울 멀티캠퍼스와 구미·광주의 삼성전자 교육장, 대전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교육받고 있다.

올해 쿠팡에 입사한 정모(30)씨는 “다른 곳에서 블록체인에 대해 배우다 싸피에 들어갔다. 교육이 굉장히 최적화돼 있었다. 시설과 장비는 어디서도 접할 수 없던 최신이었다. 그 자체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의 교육이 일방적인 주입 방식이라면 싸피는 실습과 체험 위주로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도록 짜여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각 분야를 컨설팅해줄 수 있는 강사가 풍부해서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얼마 전 D사에 입사한 백모(26)씨는 “배운 내용을 토대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다 보면 ‘취업은 문제없다’는 확신이 들게 된다”며 “프로젝트마다 매번 다른 팀원과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향상되는 건 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입사 동기들보다 훨씬 빨리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실전형 교육인 셈이다.

교육과정을 마치면 취업 지원이 기다린다. 면접 컨설팅부터 심리 상담, 취업 박람회까지 한 묶음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11월에 수료해 대기업에 취업한 조모씨는 “싸피의 취업지원은 막강하다”며 “우리 반만 해도 14명이 조기 퇴소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싸피 수료생들은 삼성, KT, 네이버, IBK 기업은행, LIG 넥스원 등에서 일하고 있다. 60여 개 기업은 싸피 교육생에게 서류 심사를 면제해준다. 믿고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아예 싸피와 연계한 채용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일부 기업은 전용 채용방식까지 도입했다.

싸피는 직업 훈련이나 취업 교육의 방향을 보여준다.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목적이 뚜렷하고, 그걸 실현하는 과정 또한 명쾌하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인재 40만명을 키운다면서 ‘엑셀 인턴’ 8000명에 500억원을 퍼붓는 것과 대비된다. 인재 양성은 책상머리에서 긁적이고, 돈을 퍼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싸피했으니 꽃길을 걷자”는 싸피 수료생의 회고가 정부가 주도하는 직업훈련에선 왜 안 나올까. 정책이 현장에서 태동하면 가능하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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