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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펀드평가]국내 주식형 펀드 37%, 11년 만의 최고 수익

중앙일보

입력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상, 해외 펀드 양극화, 머니마켓펀드(MMF)로의 쏠림.

2020년 펀드 시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주식시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변화무쌍했다. 상반기 코로나19 공포에 짓눌렸던 주가는 하반기 들어 불안감이 누그러지자 '박스권'을 뚫고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빛을 발한 이유다. 해외 펀드는 국가별로 수익률 성적표가 엇갈렸다. 갈 곳 없는 뭉칫돈은 투자처를 노리며 단기 금융상품인 MMF로 몰렸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개별 펀드 수익률을 보면 ETF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셔터스톡

지난해 국내 주식형 개별 펀드 수익률을 보면 ETF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셔터스톡

수익률 상위 5개 펀드, ETF 독식

중앙일보가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과 함께 지난해 펀드 시장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7.16%였다. 2009년(54.45%) 이후 11년 만에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대표 증시 중 가장 많이 오른 코스피 상승률(30.8%)도 뛰어넘었다.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인덱스 펀드(36.75%)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중소형 펀드(36.36%)와 배당 펀드(22.69%)도 선전했다.

개별 펀드로 보면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상위 5위권을 독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IT레버리지'(108.75%)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100.12%)가 1·2위를 차지했다.

유형별펀드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형별펀드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외 주식형 수익률 희비 엇갈려

수익률만 보면 국내 펀드가 해외 펀드를 압도했다. 2016년 국내 주식형의 승리 후 4년 만이다. 지난해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2.06%로, 국내 주식형엔 못 미쳤다. 브라질(-23.83%)과 러시아(-10.48%), 유럽(-1.29%) 펀드가 참담한 성적을 내 평균 수익률을 깎아 먹은 결과다.

반면 중국(31.38%)과 북미(21.06%) 펀드는 선전했다. 특히 중국이 강력한 저력을 발휘했다. '메리츠차이나' 펀드(68.81%)와 '미래에셋차이나 그로스' 펀드(68.22%)가 그 중 발군이었다. 코로나19를 딛고 중국 경제가 '나 홀로 V자 반등'에 성공한 데다, 성장주가 급등한 덕분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가별 산업 구조와 비중에 따라 증시 성과가 극명히 나뉘었다"며 "관광 등 서비스업 비중이 큰 유럽은 코로나19 타격이 컸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과 한국은 선전했다"고 말했다.

증시 급등에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의 성적은 저조했다. 국내(1.38%)와 해외 펀드(2.51%) 모두 은행 예금금리를 조금 웃도는 수익을 냈다.

연도별 주식형펀드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도별 주식형펀드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주식형 펀드선 8조원 빠져나가

간만에 수익률은 날아올랐지만 자금 흐름으로 보면 시장 전반에는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2019년(3조1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7조9400억원이 빠져나갔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도 2조9300억원 순유출됐다.

투자금 유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가가 뛰면서 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줄줄이 환매에 나선 영향이 컸다. 펀드를 깨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자금 탈출 가속화의 이유로 꼽힌다. 49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해외 주식형 펀드가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으로 투자금이 몰려든 반면 펀드 시장은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돈이 유입되던 ETF로도 자금 유입이 활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돈이 가장 많이 흘러 들어간 곳은 MMF였다. 하루만 돈을 맡겨도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만기 1년 이내 국공채나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자금 피신처'로 사용된다. 지난해에는 2019년(2조5900억원가량)의 10배가 넘는 26조9200억원이 몰렸다. 코로나19와 미국 대선 등 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 탓이다.

적극적 투자자와 투자 신중론자 모두 주식시장 등에서 기회를 엿보며 '실탄'을 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지난해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 등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잠시 맡겨놓으려는 수요가 컸던 것도 한몫했다.

국가별 주식형펀드펀드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가별 주식형펀드펀드수익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는 펀드의 기대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가 쉼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달려온 코스피는 25일 전 거래일보다 2.18% 오른 3208.99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처음으로 32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도 999.30에 장을 마감하며 1000선 코 앞까지 다가섰다.

김후정 연구원은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식 투자자는 분산 효과를 위해 투자금의 20~30%를 펀드에 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망 펀드로는 친환경 펀드를 꼽는 의견이 많았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그린뉴딜과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공모주 펀드도 뜨거울 전망이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기업이 증시 입성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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