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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아부하는 직원이 좋아”어린애 같은 우리 사장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28)

“사장님, 이렇게 현명한 결정을 해 주시니 이번에도 프로젝트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사장님의 통찰력은 대단하십니다.”

S사에는 불문율이 있다. 사장이 참석한 회의에선 반드시 사장을 칭찬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사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칭찬하면 일단 회의 분위기가 좋아진다. 직원들이 사장에 대한 칭찬과 인정 여부에 따라 회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김과장, 내가 예전에 회사 역사상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를 혼자 다 해냈지. 그래서 김과장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내가 더 잘 알지. 그때 큰 사건이 있었는데 나 혼자서 12명을 상대했지….”

S사장은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고 싶어한다. 웬만한 사건이나 사고의 중심에 자신이 있었다는 무용담을 즐겨 말하거나, 조금 아는 것을 아주 많이 아는 것처럼 과장해서 말하기도 한다.

“사장님, 이번 대행사 미팅에 참석하셔서 제안서도 봐주시고 사장님의 고견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사장은 어느 자리에나 자신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나 모임에서 자신이 주인공의 모습일 때 만족스러웠다.

직원들은 모든 결정과 위기 상황에 등장해 일을 해결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장이 스스로 ‘영화 속 슈퍼 히어로’처럼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여겼다. 직원들은 사장이 주인공인 놀이에서 조연이나 엑스트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조한다. 회사 내에서는 그런대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외부인과의 미팅에서의 창피함은 직원의 몫이다.

“김과장, 이번 대행사 미팅에서 내가 전문가로서 얘기했는데도 별 반응이 없더군. 대행사의 제안대로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

직원들은 모든 결정과 위기 상황에 등장해 일을 해결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장이 스스로 ‘영화 속 슈퍼 히어로’처럼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여겼다. [사진 pxhere]

직원들은 모든 결정과 위기 상황에 등장해 일을 해결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장이 스스로 ‘영화 속 슈퍼 히어로’처럼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여겼다. [사진 pxhere]

S사장은 대행사 미팅에서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얘기하면서 은근 인정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직원들조차도 동조하기 어려워 묵묵부답이었고, 설상가상 대행사에서는 S사장의 의견과는 다른 제안을 했기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사장의 눈치를 살피던 직원들은 결국 사장의 의견이 옳다며, 대행사에는 S사가 원하는 내용 그대로를 따라 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미팅을 계기로 S사장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대행사가 무능하다고 평가했다. 대행사 역시 S사의 문제와 이슈를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고객사 사장에 무조건 맞장구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조직은 리더를 닮는다

조직의 리더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큰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상사·동료·팀원으로부터 줄곧 인정과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성향상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더욱더 강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가장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그 위치에 있고 싶은 강한 열망이 좋은 성과를 맺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칭찬과 인정받기 좋아하는 리더 주위에는 리더 비위에 맞추기 위해 아부하는 사람들로 에워싸이게 될 수 있다. 주위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리더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결정과 판단에 오류를 자초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에 집착해 직원의 노력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다.

결국 리더의 강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좋은 결과를 이끄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 발휘되면 성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리더는 자신의 강점을 알맞은 때와 장소에서 발휘하고,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은 리더를 닮는다

리더의 성향이 조직문화에 반영되므로 어린아이처럼 항상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성숙하기 어렵다. 조직 성장을 위해 건설적인 비판이 오가거나, 리더와 다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조직 문화를 만든다.

또한 직원 역시 리더가 주인공인 회사의 조연, 엑스트라 역할만 하느라 주도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내 일’, ‘내 프로젝트, ‘내 회사’라는 생각과 책임감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직의 목적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데에 있다면 직원도, 조직도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한다.

성숙한 조직을 이끄는 성숙한 리더는 성과 창출, 관리와 경영, 회사의 성장으로 먼저 증명해 보이고, 직원의 표나는 칭찬과 인정 없이도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진 pxhere]

성숙한 조직을 이끄는 성숙한 리더는 성과 창출, 관리와 경영, 회사의 성장으로 먼저 증명해 보이고, 직원의 표나는 칭찬과 인정 없이도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진 pxhere]

조직 구성원을 영화 촬영 현장에 대입하면, 리더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리더는 주인공이 아니라 영화감독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한 영화감독은 “감독의 일이란, 아이디어가 결실을 보도록 올바른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외부 요소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회사의 리더 역시 조직이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체를 보고 내·외부 요소를 관리하는 사람이지, 늘 조명받고 화면에 직접 등장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만약 리더라면 때론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감독하는 영화라 여기고, 무대 밖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리더는 자신이 칭찬과 인정을 받기보다 무대 안에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즉 실무 직원들을 돌보고 격려해야 하는 위치다. 더 나은 조직 문화와 조직의 성과 개선을 위해 직원을 먼저 인정하고 아낌없이 칭찬하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인정받고 칭찬받는 방법이다.

훌륭한 조직문화 자체가 곧 리더의 존재감에 대한 인정이다. 또한 조직의 높은 성과 자체가 리더가 받는 최고의 칭찬이다. 성숙한 리더는 직원을 먼저 인정하고 칭찬하며, 조직 전체를 성장시킴으로써 훌륭한 리더십을 인정받는다.

누구에게나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 욕구가 건설적으로 발현되면 조직에 대한 소속감, 애정, 개인의 성과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숙한 조직을 이끄는 성숙한 리더는 성과 창출, 관리와 경영, 회사의 성장으로 먼저 증명해 보이고, 직원의 표나는 칭찬과 인정 없이도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한다.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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