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의 시선

서울시장 선거 이긴다고 보수가 살아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1.25 00:35

업데이트 2021.01.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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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2005년 3월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추다 '세종시 건설'을 놓고 틀어져 정치적으로 결별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012년 2월 박세일 당시 국민생각 대표를 7년만에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7년 3월 박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그해 1월 박세일은 지병으로 별세한다.  [중앙포토]

2005년 3월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추다 '세종시 건설'을 놓고 틀어져 정치적으로 결별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012년 2월 박세일 당시 국민생각 대표를 7년만에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7년 3월 박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그해 1월 박세일은 지병으로 별세한다. [중앙포토]

창공의 새는 오늘도 두 날개로 난다. 균형을 잃으면 비상할 수도 없고 높이 멀리 날아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자연이 인간에게 가르쳐주는 참으로 간명한 진리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란 새의 두 날개는 양쪽 모두 온전하지 못하다. 왼쪽 날개는 과체중이고, 오른쪽 날개는 고장 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강준만 전북대 교수,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등 이른바 진보 논객들이 앞다퉈 문재인 정부의 궤도이탈과 반복되는 '내로남불'을 질타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 요원하다. 보수도 민생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고통을 호소하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이런 가운데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장 선거에만 10여명의 보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 숫자만큼 민생고를 해결할 정책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실타래처럼 꼬이고 뒤틀린 부동산 해법,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 청년에게 희망의 일자리를 찾아줄 대책은 있는가.
 권력을 쥔 진보는 장기 집권을 외치며 내부의 갑론을박에다 외부의 비판 덕분에 자기 점검을 수시로 하겠지만, 보수는 대안 제시는 고사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계속 헤매고 있다. 무너진 보수가 보궐선거에서 요행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자리를 탈환하면 보수가 단번에 살아나고 갑자기 대한민국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 보수가 자신을 근본부터 혁신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어림없는 소리다.
 흔히 보수가 이 지경이 된 이유로 2016년 20대 총선부터 연거푸 네 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당내 경선에서 친이명박과 친박근혜 세력이 분열돼 싸우는 바람에 보수 붕괴가 촉진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보수 궤멸은 2005년 박근혜와 박세일의 정치적 결별이 뿌리였다"고 진단했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보수 궤멸은 2005년 박근혜와 박세일의 정치적 결별이 뿌리였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운동권 리더 출신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은 보수 붕괴의 뿌리를 2005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박세일(1948-2017) 정책위의장의 정치적 결별에서 찾는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중도 보수의 이론가로 불렸던 박세일 전 의원은 1989년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인 경실련 창립을 주도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을 의식해 '세종시 건설 특별법'을 지지한 박근혜 당시 대표와 달리 박세일 의원은 포퓰리즘이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반발해 2005년 3월 탈당했다. 구 원장은 "박세일 의원이 탈당한 그때부터 보수의 균열이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집권했지만, 박세일 전 의원의 중도 개혁 노선에서 벗어난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등 비선 조직에 의존하다 결국 2017년 3월 탄핵당하고 지금껏 영어(囹圄) 신세다. 구태 정치를 깨겠다며 2012년 중도 보수 정당(국민생각)을 창당했으나 총선에서 실패한 박세일 전 의원은 2017년 1월 13일 69세로 별세했다. 구해우 원장은 "박세일 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키고, 박근혜 대통령이 박세일 전 의원의 중도 개혁 노선을 통치에 두루 반영했다면 탄핵도 보수 궤멸도 없었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2005년 박근혜 대표를 떠난 박세일 전 의원은 2006년 '공동체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았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선진화와 통일 전략 등 굵직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고민했다. 2014년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박재완 이사장은 "위공(爲公·박세일의 호)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관점에서 항상 대안을 고민한 경세가(經世家)이자 사상가였다"고 회고했다.

2014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취임식 당시 박세일(오른쪽) 전임 이사장과 박재완(왼쪽) 현 이사장. 박세일이 2006년 설립한 이 재단은 '공동체 자유주의' 가치를 줄곧 추구해오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2014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취임식 당시 박세일(오른쪽) 전임 이사장과 박재완(왼쪽) 현 이사장. 박세일이 2006년 설립한 이 재단은 '공동체 자유주의' 가치를 줄곧 추구해오고 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재완 이사장은 "공동체 자유주의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권력·관행·다수결로부터 자유로운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개인의 존엄을 인정하되 설득과 교육을 통해 공동체와 조화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진정한 개인의 자유가 위축되고 공동체보다는 소집단 이익을 앞세우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길 잃은 보수에 대해 박재완 이사장은 "개인의 자유와 기회를 늘리고 법치·예치·덕치가 정착된 문명사회 공동체라는 보수의 가치를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안민(安民) 정책을 개발해 국민이 체감하도록 해야 보수가 살아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진보도 보수도 제 역할을 못 하니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가기는커녕 과거로 뒷걸음질 친다. 선진화된 통일 대한민국은 단지 박세일 전 의원의 꿈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창공으로 멋지게 다시 비상하려면 박세일 전 의원의 중도 개혁이 멈춘 그 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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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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