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광형의 퍼스펙티브

코로나 백신과 탄소중립화 기술이 미래 결정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25 00:21

업데이트 2021.01.2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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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새해 과학기술 3대 과제

퍼스펙티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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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과학기술계에 매우 뜻깊은 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전년 대비 13.2%나 증가해 27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19조3927억원)에 비해 4년 만에 41% 증가했다.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던 정부의 연구개발비가 대폭 증가하게 된 원인은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대응과 함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소재·부품·장비 자립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풍토병 되는 코로나 대응하려면 자체 백신 기술을 확보하고
임신 진단기처럼 바로 결과 나오는 코로나 진단기 보급하며
탄소 배출 최소화하고 배출 탄소는 저장하는 기술도 필요해
창업자 연대보증 근절 통해 재창업 도전하는 나라 만들어야

기대에 부응한 결과도 있었다. 2019년 일본이 소재·부품을 무기로 압박해 왔을 때, 우리는 비교적 슬기롭게 대응했다. 반도체 산업이 멈출 수 있다는 국가적 위기의식 속에서 산업계·대학·연구소 등은 힘을 합해 기술을 개발했다. 더는 일본의 수출 규제 압박이 먹혀들지 않게 됐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

새해 과학기술 연구에서 첫 번째 과제는 코로나19 대응 기술 개발이다. 늦었지만 코로나 백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는 변형이 많은 바이러스이다. 독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독감을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듯이,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 각오를 해야 한다. 현재 개발된 백신이 내년에 나타날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매년 새로운 변형이 나타날 것이고, 온 국민이 그 변형을 막아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백신 구매는 일회성이 아니란 말이다. 당연히 자체 백신 기술의 보유가 필요하다. 한국산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은 한 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또 코로나 진단 기기에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진단 방법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임신 진단기처럼 검사할 수 있다면 코로나는 두려운 존재가 아닌 게 된다.

환자를 이동하고 치료하는 병실에도 혁신이 가능하다. 최근 KAIST와 원자력병원이 공동 개발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환자가 많아지면 가장 두려운 것이 병실 부족이다. 이 연구팀은 음압 병실을 닷새 만에 설치할 수 있도록 이동형으로 개발했다. 여기에는 기계·전자·디자인·의학·산업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제 단시간에 비상용 음압 병실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병원 체계 붕괴라는 공포심이 사라졌다.

탄소중립화 기술이 먹거리

둘째, 올해 과학기술 중점 과제는 에너지 환경 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화 사회를 대비하는 것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다. 그는 2035년 전력 분야의 탄소 제로 배출과 2050년 국가 전체의 탄소 제로 배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2035년까지 전기자동차만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당선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195개국이 탄소 배출을 축소하기로 합의한 협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복귀한 것이다. 미국의 동참으로 세계는 파리기후협약 체제로 굴러갈 것이다. 앞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은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에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국제사회의 변화 추이에 맞게 선제적 발표를 했다. 탄소중립이란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 배출이 0(零)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 현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흡수하여 땅속이나 바다 밑에 저장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 기술들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에는 제품을 세계 시장에 팔 수 없는 세상이 온다. 미래 산업의 운명이 과학기술자의 어깨에 있다.

성공한 미국 기업가는 2.5회 실패

셋째, 창업 활성화다. 기술사업화는 연구자들에게는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끼는 일이고 국가에 보답하는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창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자금을 투입해왔다. 그러나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책 관리자 관점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족하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창업의 걸림돌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제도이다. 지금도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창업자 연대보증을 근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회사와 창업자는 별개이지만, 현실에서는 동일시해 회사가 잘못될 경우에 창업자가 책임을 지게 한다.

창업의 위험 부담은 창업자 혼자 질 것이 아니라 투자자·창업자·국가가 분산 부담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성공하는 기업가는 평균 2.5회 실패 경험자라는 통계가 있다. 한국에서는 한 번만 실패해도 재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공률이 낮고 도전하기를 주저한다. 실패를 딛고 재기할 기회만 보장된다면 창업은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꾸며 국제 질서까지 흔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21년은 과학기술자들의 어깨가 어느 해보다 더 무거운 해가 될 것 같다.

한국 전체 의사의 1%뿐인 ‘의사과학자’… 의료 지식 산업화 갈 길 멀어
원자력의학원의 조민수 비상진료부장은 별종으로 통한다. 외과 의사인 그는 병원에서 진료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의사들이 진료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기술을 개발한다. 그는 의사이기 때문에 모든 진료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고, 이를 이용해 효율적 의료시스템을 개발한다. 이러한 의사를 ‘의사과학자’라 부른다. 의사이지만 진료를 본업으로 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최근 원자력병원이 KAIST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동형 음압 병동’ 개발에도 조 부장의 역할이 컸다. 의사과학자와 공학자들이 협력했더니, 5일 만에 설치할 수 있는 음압 병동이 차질 없이 개발됐다. 이제 병실이 가득 차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게 됐다. 벌써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봐 조만간 태극 마크를 달고 전 세계로 나갈 것 같다.

국내 로봇 수술 전문가로 꼽히는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지난 연말에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소장으로 가기 위함이다. 나 소장은 “병원 경험과 IT 기술력을 활용해 세계적인 스마트 병원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진료라는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수년 내에 그가 개발한 디지털 스마트 병원은 전 세계로 수출돼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한국이 뒤처진 이유 중 하나는 의사과학자의 부족이라 생각한다. 의약품 개발은 생물학자와 의사가 함께 연구해야 효과적이다. 의사들은 생물학자들이 할 수 없는 환자 데이터에 접근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연구하는 의사가 많다. 우수한 의사일수록 더 큰 보람을 위해 연구개발에 투신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의사과학자는 전체 의사의 1%에도 이르지 못한다. 의사과학자가 있어야 의료 지식을 산업화해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개발 수출해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좌교수·리셋 코리아 4차산업혁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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