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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난임 치료 최선책 로봇 수술, 비용 부담 커 그림의 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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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김철중 건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철중 건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 지는 이미 오래됐고 현재도 계속 심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저출산의 요인 중 가치관의 변화 및 사회적 원인 해소를 위한 정책 외에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를 대상으로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국내 난임 치료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여성 만 44세 이하에서 만 4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적용 횟수를 늘리는 등 만혼과 고령 출산 등의 세태를 반영한 정책 조정도 있었다.

[기고] 김철중 건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난임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를 살펴보면 ‘원인 불명’이 과반수로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임상 연구에서 ‘원인 불명’의 난임을 30% 미만으로 분류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다. 따라서 의학적인 관점에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난임을 초래하는 임상적 요인으로는 배란, 자궁 및 복강, 골반 염증 관련 문제 등이 있다. 난임 문제를 조금이나마 더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임상적인 요인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원인에 근거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난임을 초래할 수 있는 부인과 질환인 자궁내막증·자궁근종 등이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러한 자궁 관련 질환에서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때 가임기 여성은 치료 효과와 효율성뿐 아니라 가임력 보존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최근 부인과에서는 난도가 높고 복잡한 수술일수록 로봇 수술이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로봇 수술은 집도의가 콘솔에 앉아 고해상도 화면을 보며 로봇 팔을 조종하는 방식의 수술이다. 로봇이 미세한 손 떨림을 잡아주면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어 자궁 기능을 보존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 이러한 로봇 수술은 주변 조직과 유착되는 까다로운 사례가 많은 자궁내막증이나 근종을 섬세하게 절제하면서 봉합하는 술기가 많은 자궁근종 등에서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로봇 수술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실비 보험에 가입된 경우 약관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0.001%의 가능성이라도 높이고 싶은 환자들의 절실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에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더 크다. 난임 문제 극복을 위해 의학적으로 수정 과정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인이 되는 질환별 조기 진단 및 효율적인 치료도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늘어나는 부인과 질환을 고려한 유연한 정책과 지원을 통해 환자가 경제적 이유보다 필요성을 우선으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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