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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혁 “프런트가 팬처럼 팀 보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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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박찬혁 대표는 최하위 한화의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 한화]

박찬혁 대표는 최하위 한화의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 한화]

“프런트가 강해야 팀이 산다. 선수단뿐 아니라 구단 구성원도 함께 강해지고 성장해야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있다.”

최하위 프로야구 한화 대표이사 #그룹 브랜드 전략 담당임원 출신 #새로운 시각의 수베로 감독 영입 #“프런트가 강해져야 진정한 강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박찬혁(49)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월 야구단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그 후 한화는 큰 폭의 변화를 시작했다. 창단 이후 처음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베테랑 선수를 여럿 내보내고 선수단 평균 연령을 대폭 낮췄다. 업무 연관성 중심으로 프런트 조직도 개편했다. 그는 “야구단 프런트와 1군, 2군 전체가 유기적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앞으로 3년간 모두가 체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오랜 암흑기를 거쳐왔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리그 최하위만 여섯 차례다. 2018년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일회성 도약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한화는 다시 10위로 내려앉았다. 모기업은 한화생명 브랜드전략 임원 출신이자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박 대표를 ‘구원 투수’로 내보냈다.

박 대표는 구단의 과거를 냉철하게 진단했다. “눈앞의 현실에 어쩔 수 없이 감독과 선수를 교체하는 과정이 반복되니, 남은 자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감독이나 선수는 떠나기 마련이다. 팀이 꼬였을 때 매듭을 풀 수 있는 프런트가 강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사 결정의 파워를 뜻하는 게 아니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밀도 있는 선택’이 중요하다. 그는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프런트의 능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을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 기존 방법론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원했다. 박 대표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수에 대한 편견과 호불호가 없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국내 지도자가 아닌 외국인 감독 선임을 결심했다. 첫째 새롭고 신선한 마인드와 둘째 구체적 노하우를 가진 인물을 원했다. 수베로 감독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화에 메이저리그식 육성 시스템을 내재화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수석·투수·타격 등 주요 보직 코치도 외국인으로 선임한 건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코칭스태프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선수들이 혼란을 느낀다. 코치진도 합의 과정을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구단 운영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박 대표는 “일의 주체인 프런트는 ‘팬의 시각’으로 팀을 보면 안 된다. 팬이 ‘만약’을 전제로 희망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우리 직원은 그 ‘만약’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요즘 많이들 강조하는 ‘소통’은 서로 대등한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올해 진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박 대표는 “감독이 선수단을 구성해 경기를 운영한다면, 나는 프런트의 전체 포지션을 정하고 타순을 짜서 이끌어 가는 입장이다. 수베로 감독의 지론처럼, 나 역시 ‘단점을 고치는 것보다 장점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개개인의 장점이 잘 결합하면 우리도 지속적인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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