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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에너지 바우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요즘은 국가나 지자체가 고령자 또는 저소득층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많다. 그 가운데는 지금과 같은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도 있다. 지방에 노모가 살고 있어 혹 대상이 되지 않나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난방비 지원과 관련한 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에너지 바우처’라고 돼 있다. 순간 ‘바우처’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아 용어 설명으로 들어갔다. 내용의 요지는 취약계층에게 전기·가스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급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설명을 보니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그런데 굳이 ‘바우처’라는 생소한 용어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특히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제도에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적절한지 의심이 들었다.

국립국어원은 ‘2019년 중앙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보고서에서 어려운 정책 용어로 인한 국민과 공무원의 시간 비용이 연간 285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서 어려운 용어라 함은 대부분 외래어를 지칭한다.

이러한 정책 용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바우처’다. ‘에너지 바우처’ 외에도 ‘데이터 바우처, 국민행복카드 바우처, 평생교육 바우처, 스포츠 바우처, 급식 바우처’ 등이 있다. ‘기저귀 바우처, 과일 바우처’도 있다.

무언가 거창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이용권’이다. ‘에너지 이용권’처럼 ‘이용권’이라고 하면 따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말로는 도저히 표현이 안 되는 것이라면 몰라도 가능하면 쉬운 우리말로 정책 용어를 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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