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밤 9시 영업금지 등 방역조치 연장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방역 조치를 이대로 유지할 경우 오는 2월 11일부터 시작하는 설 연휴 고향 방문은 어려워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30일 오전 회의를 열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설 특별방역대책 조정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중대본은 지난 16일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으로 시작된 방역 조치들을 이달 31일까지 2주간 연장한다고 밝히며 설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중대본이 이날 공개한 '설 연휴 생활방역수칙'에 따르면 설 연휴에도 원칙적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다. 이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이 고향을 찾아 노부모님을 만나면 '5인 금지' 조치 위반이 될 수 있다. 다만 "부득이하게 고향‧친지 집 방문 시 마스크 상시 착용, 머무르는 시간은 짧게,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철저히 준수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당국은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2월 14일까지 유지하되 설 연휴 가족 모임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방역적 측면만 놓고 보면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설 연휴까지 유지해야 한다”며“겨울철이 아직 한 달 이상 남아있는 상황에서 카페, 실내체육시설 영업을 완화하고 5인 모임 금지나 밤 9시 영업 금지까지 풀면 설 연휴를 기점으로 4차 유행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명절 고향 방문은 미풍양속을 위한 부분도 있으니 조치를 좀 풀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392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7만5084명이다. 신규 환자 가운데 국내 발생은 369명, 해외 유입은 23명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국내 코로나19 3차 유행은 성탄절인 지난해 12월 25일 124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계속 1000명대를 유지하다가 최근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다. 한때 매일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최근 일주일(18~24일) 일일 확진자는 389명→386명→404명→400명→346명→431명→392명으로 300~4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신규 일일 확진자가 300명을 넘는 상황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유행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때 전국을 2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일 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가 400명~500명 이상이거나, 전국 2단계 상황에서 일일 확진자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을 보이는 등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2.5단계를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일주일 평균 확진자 평균은 393명으로 2단계와 2.5단계 경계선에 있다. 감염 재생산지수 등 다른 지표도 종합해서 고려해야 하지만 확진자 규모만 놓고 보면 거리두기 2단계 하향 조정도 가능한 셈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브리핑에서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진입하면 위험도를 평가해 (수도권) 단계 하향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철 특성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전파력이 더 높다고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 등 좋지 않은 해외 상황 등은 변수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