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정부, 압류 없다고 했다" 위안부 판결, 반발 속 기대

중앙일보

입력 2021.01.24 15:34

업데이트 2021.01.24 15:47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명령한 한국 법원 판결이 23일 확정되면서 일본 내에선 반발과 기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 자산이 압류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신년사에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기대를 드러내는 모양새다.

모테기,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황 시정" 요구
외교부, "위안부 합의 정부가 공식 합의 인정"
닛케이 " 문 대통령 발언 바람직, 외교적 해결 필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연합뉴스]

23일 0시로 판결이 확정된 직후 일본 외무성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서 모테기 외무상은 "국제법상 국가는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대등한 존재이므로 원칙적으로 외국의 재판권에 따르지 않는다"며 이번 배상 판결은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에서 제시된 국제법에 명백하게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도 23일 입장문을 내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에 추가 청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위안부 피해자와 상의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재판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해 온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23일 확정됐다.

닛케이, "한국 정부 '압류는 없다' 뜻 전달" 

판결 확정으로 원고들은 한국 내 일본 정부 재산에 대한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실제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 양측이 모두 비준한 '빈 협약'이 외국 공관 등의 재산에 대한 불가침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23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원고 측이 한국 내 일본 공관이나 관용차, PC 등 비품 외에 금융기관 계좌 등을 염두에 두고 압류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은 위안부 피해자 소송 대리인(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을 압류해 배상받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압류 가능한 자산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압류는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 "일본측 입장 홍보해야" 주장

판결은 확정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 등을 평가하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24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위안부 판결에 대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해서도 "일본 기업 자산의 강제 매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 등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관계 회복에 의욕을 보인 것이라면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또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이 실행될 경우 한·일 관계가 위기에 직면한다고 전망하며 "(문 대통령은) 의욕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일본 정부도 외교로 해결하도록 힘을 써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강창일 신임 주일본한국대사가 22일 오후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강 대사는 이 자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파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강창일 신임 주일본한국대사가 22일 오후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강 대사는 이 자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파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편 요미우리 신문은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관해 "자세를 전환하는 것이라면 타당하지만 타개안(해결책)을 조기에 제시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이와 함께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일본이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책임을 명확히 했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는 또 이러한 일본의 입장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며 "소녀상 설치 등으로 오해가 퍼지지 않도록 각국이나 국제기구에도 평소에 정중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일본 정부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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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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