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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에 길들여졌나? 임성한이 밋밋하게 느껴져"

중앙일보

입력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돌아온 임성한 월드.
23일 막을 연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한국형 '막장드라마'의 장을 연 임성한 작가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임 작가는 '인어아가씨'·'오로라 공주'(MBC), '신기생뎐'·'하늘이시여'(SBS) 등을 통해 출생의 비밀, 불치병, 불륜, 복수 등의 코드를 버무리면서 한국형 '막장드라마'를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TV 개그프로그램을 보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거나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가는 등의 엉뚱한 전개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담보해 '시청률 보증수표'로도 통한다.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시작 전부터 넷플릭스 방영 확정과, 이혼했던 전노민·김보연의 동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임성한 작가가 쓴 '신기생뎐'의 한 장면. [사진 SBS]

임성한 작가가 쓴 '신기생뎐'의 한 장면. [사진 SBS]

임 작가의 이번 컴백은 최근 비슷한 코드로 큰 반향과 인기를 얻은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SBS)가 종영된 직후라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DJ, PD, 작가인 30·40·50대 여성을 통해 완벽해 보이던 가정에 파국이 몰아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방송에서 방청객이 방송 작가에게 남편과의 불륜 문제를 따져 묻고,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30대 부부가 태몽을 꾼다든지, 40대 남성이 가슴 패인 수영복을 입은 새엄마와 물장난을 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첫 회부터 임 작가 작품 특유의 전개를 선보였다. 시청률도 6.9%를 기록해 지난해 ‘간택-여인들의 전쟁’(6.3%)이 기록했던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첫 회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정효원(50·프리랜서)씨는 "임성한 특유의 튀는 대사와 전개, 평범하지 않은 인물 설정 등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형(40·회사원)씨는 "'펜트하우스'에선 첫회부터 살인, 불륜, 폭력 등 막장드라마의 다양한 코드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이에 비해서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전개가 다소 진부하고 느리게 느껴졌다. 임성한표 작품이 이렇게 밋밋했었나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연기 대결을 펼친 천서진 역의 김소연, 심수련 역의 이지아, 오윤희 역의 유진. [사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연기 대결을 펼친 천서진 역의 김소연, 심수련 역의 이지아, 오윤희 역의 유진. [사진 SBS]

작품 캐릭터의 연령대가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펜트하우스'는 막장 코드를 넣은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 봉태규 등 청춘 스타로 군림했던 40대 초반 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풀어나갔다. 또 이를 뒷받침한 조연도 김현수, 진지희, 한지현, 조수민 등 청화예고 재학생으로 나온 20대였다. 반면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성훈, 이태곤, 이가령, 이민영 등 30~40대 배우들도 포진해 있지만, 김보연, 김응수, 노주현, 전수경, 전노민 등 50~60대 배우들이 작품의 중심축을 잡고 있다.
한 드라마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 임성한 작가와 손발을 맞춘 배우들이 많은데, 중장년층에 익숙한만큼 세대별 반응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또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돌연한 이혼 선언이나 각종 불륜 암시 등 파격적 코드를 선보였지만, '펜트하우스'의 속도감을 경험한 뒤라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 회 시청률은 '펜트하우스'가 9.2%로 높았다.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사진 TV조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순옥 작가는 강력한 서사를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첫 회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온다. 반면 임성한 작가는 처음부터 구성을 완벽히 짜기보다는 인물을 세우고 흘러가는 과정을 보면서 독특한 양념을 넣어 이야기를 맞추기 때문에 '펜트하우스'처럼 첫 회부터 자극적이고 강력한 서사가 튀어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세 가정 모두 불륜으로 인한 상처를 입고 복수를 시도하는 전형적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으로 보인다"며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나 구성이 추가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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