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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부 "그땐 내게 왜 말 안해줬나, 지금 다 진술하면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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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첫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첫 공판기일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렇게 되면 저희 첫째 (아이)는 어떡하고, 주변 사람들은 왜 (학대 정황이 보였을 때) 저한테 그런 얘기를 안 해줬을까요? 지금은 다 진술하면서."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의 양부 안모씨가 첫 재판을 앞두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제작진에게 한 말이다. 자신은 학대 정황을 몰랐으며, 주변에서 진작에 알렸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다소 억울한 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그알'은 정인이 사건을 다시 다루면서 안씨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며 안씨는 "결혼 전부터 입양 얘기를 계속 하고 마지막까지 아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왜냐면 저희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저는 사실 한두 번 정도 포기하자는 말을 했었는데 아내가 끝까지 그래도 우리 (입양 결정)한 거니까 같이 용기 내서 해보자고 저한테 용기를 북돋아 줬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방송에서 드러난 지인들의 말은 달랐다. 안씨 역시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한 지인은 '이맘때 아이 지능지수가 강아지하고 비슷해 잘하면 상을 주고 못 하면 벌을 줘야 한다'고 안씨가 말했다며 "8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우니까 안 안아주고 울지 않고 울음을 그치니 그때 안아주더라"고 했다.

다른 지인은 "9월에 카페에 간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둘째(정인이)는 없었다"며 "그래서 '정인이 왜 없어?' 그랬더니 (정인이 양부모가) '차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카페에서 한 시간 반 이상 머무를 동안 한 번도 (아이를) 찾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다른 지인도 “차 안에서 (양모가) 정인이한테 소리 지르면서 화내는 걸 목격했는데, 애한테 영어로 막 소리 지르고 양부는 첫째를 데리고 자리를 피한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이 사망 전날 아이를 데리러 온 안씨에게 안 좋은 몸상태를 설명했지만 안씨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증언도 있었다.

안씨는 지난 13일 열린 첫 재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앞서 안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이후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씨(정인이 양모)와 달리 아동유기·방임 혐의만 적용돼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 나온 안씨는 "아이에 대한 보호 감독을 소홀히 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아내가 아이를 자기 방식대로 잘 양육할 거라 믿어서 그런 것이지 일부러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씨 측 변호인도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안씨는 장씨의 폭행 행위에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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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며 지난 4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원인은 아이가 양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양부가 모를 수 없다며 "아버지가 아이가 죽어가는지조차 모르고 271일을 살았다면 그건 분명 방임이 아니라 아동학대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는 안씨를 살인 공모 등 혐의로 추가 고발하기도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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