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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구직자의 민낯 파악하려면 분식집에 데리고 가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90)

새로 채용한 인력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희망을 품지만, 이내 기대와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회사가 많다. 직원 채용은 복불복이라지만, 다음엔 보다 나은 인재가 들어오기를 바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주변에서 흔하게 목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회사 마음에 쏙 드는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보다 나은 채용을 위한 원칙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연습한 구직자조차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 방법으로 구직자의 본 모습을 더 사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으면 채용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구직자를 채용할 때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얼마나 회사의 사업 방향과 맡게 될 업무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졌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공평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지 두 가지다. 아무리 이력서 내용이 그럴듯하더라도 회사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업무 몰입을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직원의 좋은 태도는 회사 분위기를 항상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면접장 밖에서 구직자의 품성을 알아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는 것이다. [사진 unsplash]

면접장 밖에서 구직자의 품성을 알아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는 것이다. [사진 unsplash]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가지 성향은 이력서 또는 면접장에서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상쟁이를 동반하는 경우도 본다. 효과가 좋았다면 이미 관상을 동원한 면접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을 것인데 아직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따라서 구직자와 함께 면접장 밖으로 나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직자의 실제 태도를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면접장 밖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무실을 구경시켜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구경시켜 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완전한 오판이다. 구경시켜 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구직자의 태도를 더 적나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기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회사 일에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는 질문을 하는지, 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보이는지를 살펴보자.

사람을 소개했을 때 단순하게 인사만 하는데 머무는지, 자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상대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지 등도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 적극적으로 호기심을 표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가늠하는 좋은 방법으로 사무실 투어를 마친 후 다시 면접장으로 돌아와 “사무실 사람들 만나보니 느낀 점과 궁금한 점을 자세히 말해 달라고”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식사는 함께 해보는 것도 구직자의 내면을 깊이 알아보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낯선 사람과 하는 식사는 상대방의 모습을 파악하는 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준다. [사진 unsplash]

식사는 함께 해보는 것도 구직자의 내면을 깊이 알아보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낯선 사람과 하는 식사는 상대방의 모습을 파악하는 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준다. [사진 unsplash]

식사는 함께 해보는 것도 구직자의 내면을 깊이 알아보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낯선 사람과 하는 식사는 상대방의 모습을 파악하는 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좋은 식당이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간단한 분식집 또는 일반적 식당을 더 선호한다. 구직자가 분식집 아주머니의 간단한 서빙에 감사를 표시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감사의 마음이 있어야 존중과 배려도 가능하고, 감사의 마음이 있어야 어렵고 힘든 상황도 더 버티고 이겨낼 가능성이 높다. 감사의 마음을 구직자가 가졌는지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상황이 바로 서빙하는 사람을 대할 때다. 물컵을 갖다 줄 때, 주문을 받으러 올 때, 반찬을 더 가져다주러 올 때, 계산하고 나올 때 등 수시로 여러 번 확인할 기회다.

식사 자리는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면접 심사자와 함께하는 식사는 구직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긴장감을 가져다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편해야 하는 자리가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자리로 변한 것이다. 당연히 부자연스럽고 실수도 연발할 수 있는데, 이를 구직자가 어떻게 넘기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식사 중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는지도 살펴보기에 참 좋다. 한마디로 식사 자리는 구직자의 진면모를 살피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이 구직자와 또 밥을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구직자도 마찬가지라면 서로에게 최고의 동반 협력자가 될 것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는 이미 파악했겠지만, 구직자의 민낯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면접 심사자도 민낯을 다 드러내야 한다. 사무실 투어를 통해 구직자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 더 많은 질문을 하도록 하기 위해 채용자도 솔직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구직자가 맘에 들어도 그가 채용자를 싫어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식당에서 구직자가 면접 심사자와 또 식사하고 싶다고 느끼게 하려면 면접 심사자가 훌륭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좋은 구직자란 회사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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