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을 맞은 미국은 대통령 집무실도 탈바꿈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자마자 집무실 내 초상화와 각종 동상을 교체한 것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치해놓은 이른바 ‘콜라 버튼’은 아예 없애버렸다. “바뀐 품목의 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워싱턴포스트)로 많다.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책상 정면에 붙어있는 초상화를 교체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있던 벽난로 바로 위 자리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상화를 달았고, 워싱턴 대통령은 그 주변으로 밀려났다. 루스벨트는 대공황과 2차 대전 등 국가적 위기를 이겨낸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환경을 루스벨트의 취임 당시와 비교하며 자주 인용해 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전 책상 근처에 들인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는 아예 빠졌다. 잭슨 전 대통령은 1830년 ‘인디언 제거법’을 시행해 아메리카 원주민 수만명을 몰아낸 인물이다. 이 자리에 바이든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ㆍ정치인인 벤저민 프랭클린 초상화를 걸었다. 이에 영국 텔레그래프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의미와 함께 과학에 대한 바이든의 관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두상(頭像)도 집무실에서 빠졌다. 이 두상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영국으로부터 받아 집무실에 진열했던 것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철수됐다가 트럼프 정부 때 다시 등장했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는 이를 두고 “향후 영국과의 외교 관계에 암운을 드리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처칠 두상이 빠진 집무실에 바이든 대통령은 세자르 차베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 로버트 F 케네디 등 인권 운동가들의 흉상을 채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책상 주변에 세워둔 육ㆍ해ㆍ공군 깃발은 치워졌고, 미국 연방을 상징하는 성조기와 대통령 문양이 새긴 깃발만 책상 뒤에 남았다. 대신 말을 탄 원주민 아파치 조각상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할 때 사용하던 빨간색 ‘콜라 버튼’도 사라졌다.
이 밖에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틀째인 21일(현지 시간) 아침부터 백악관에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 배달이 재개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10월 자신에게 비판적인 두 언론을 가짜뉴스ㆍ부패언론이라고 주장하며 구독을 중단한 지 약 15개월 만이다.
WP "바뀐 품목의 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