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친X아" 노선영 욕설 공방···다시 시작된 '국대들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1.01.23 05:00

김보름 선수(왼쪽), 노선영 선수(오른쪽) [연합뉴스]

김보름 선수(왼쪽), 노선영 선수(오른쪽)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28)이 노선영(32)과 법정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왕따 주행’ 논란이 인지 3년 만이다. 김보름은 “2010년 겨울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돼 태릉선수촌에 입소했을 때부터 노선영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해왔다”며 지난해 11월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노선영은 “욕설 등 가혹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선영은 김보름의 한국체육대 4년 선배다.

김보름-노선영 법정 공방 자료 보니

김보름 "왜 선배보다 빨리 타냐…‘미친 X아’ 욕했다"

2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양측의 서면 자료와 사실확인서 등에 따르면 실제 ‘가혹 행위’ 여부를 가를 사건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2013년 9월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갔을 당시 선두에서 달리던 김보름에게 노선영이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다. 김보름 측은 "내가 코치의 지시에 따라 랩타임(LAP TIME: 트랙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맞추면, 노선영이 ‘천천히 타라’며 소리치고 욕설을 했다”고 서면에 적었다.

김보름은 이를 증명할 자료로 동료 선수와 코치 7명이 적은 사실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중 3명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랬다.

 ◦A씨: 노선영 선수는 지도자가 제시한 랩타임보다 조금이라도 빠르면 후배 선수들에게 욕설하는 등 훈련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들었다. 노선영 선수 본인은 기준 랩타임보다 빠르게 타면서도 후배 선수들에게는 빨리 타지 못하게 하고 본인에 맞춰 훈련하길 원했다.

 ◦B씨: 노선영 선수는 훈련 스케줄을 늘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다른 후배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려고 하면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천천히 타라고 화내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C씨: (당시) 김보름 선수가 선두에서 끌고 있었는데 뒤에서 쫓아오던 노선영 선수가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팀 분위기가 안 좋게 됐고 후배 선수들은 눈치를 보게 됐다. 휴식 시간에 노선영 선수가 ‘눈치껏 천천히 타면 되잖아, 미친 X아’라고 욕설을 하는 걸 들었다.

노선영 "이기적 훈련 태도…선배로서 한 마디한 것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역주하는 (오른쪽부터)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선수. 중앙포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역주하는 (오른쪽부터)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선수. 중앙포토

노선영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당시 김보름이 너무 이기적으로 훈련을 해 선배로서 한 마디 한 적은 있어도, 욕설은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선영 측 서면자료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선수 4명이 돌아가면서 맨 앞에서 한 바퀴를 끌어준 뒤 맨 뒤로 붙는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 쉬운 3번 주자만 김보름이 고집해 1,2번 주자를 맡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속도를 그만 올려라, 뒤에 애들 다 떨어지지 않냐”고 한 소리 했을 뿐이라는 게 노선영 측 설명이다.

그러면서 노선영 측은 “훈련 당시 모습들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 당시 발생했던 상황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당시 노선영 혼자만 맨 뒤에 떨어져 따라가지 못했던 상황이 훈련에서도 벌어졌었는데, 이를 지적하면 오히려 코치가 김보름을 두둔하고 자신에게 욕설했다고도 했다.

◇라커룸서 ‘1시간 욕설’ 일방적이었나

두 번째 사건은 2014년 12월 열린 4차 네덜란드 월드컵 대회에서 벌어졌다. 김보름은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노선영으로부터 1시간 동안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선영은 이는 쌍방으로 다툰 상황이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김보름이 상의 없이 팀 추월 시합을 하지 않는다는 얘길 전해 듣고 항의를 했더니, 김보름이 이전 경기 때 불만까지 자신에게 쏟아냈다는 것이다.

◇식사시간 인사 안 한다고 욕설했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왼쪽부터) 박승희, 김보름, 노선영 선수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왼쪽부터) 박승희, 김보름, 노선영 선수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외에 2017년 삿포로 아시안게임 도중 식사시간에도 노선영이 김보름 선수에게 인사를 안한다는 이유로 욕설하는 걸 목격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존재한다.

"노선영 선수는 후배들에게 식사시간에 자신에게 와서 인사를 하라고 강요했으며 그러지 않을 경우 후배 선수들을 불러서 욕설했다. 그 날도 훈련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로 함께 있던 사람에게 굳이 가서 인사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감독님이 식사 후 노선영 선수를 불러 시합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이니 서로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노선영 선수는 왜 김보름 선수 편만 드냐고 반감을 나타냈다."(사실확인서 일부)

하지만 노선영은 일부 코치와 선수들의 사실확인서가 편향됐다고 주장한다. 현역 선수인 김보름에게 동료들이 우호적으로 진술서를 써주는 경향이 있는 반면, 김보름이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의 ‘라인’이기 때문에 자신은 상대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황순현)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도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노선영 측은 “이 소송은 빙상연맹이 김보름의 이름을 빌려 하는 대리 소송”이라며 일부 주장은 소송시효도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김보름 측은 가혹행위를 목격한 코치 등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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