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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금 뒤···"尹, 윤중천에 별장 접대 받았다" 오보 소동

중앙일보

입력

2019년 5월 22일 윤중천씨. 뉴스1

2019년 5월 22일 윤중천씨.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이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무마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익신고인이 이 검사장에 대해 “2019년 6~7월 안양지청의 불법 출금 인지 수사 및 감찰을 가로막았다”며 2차 공익신고서를 국민권익위에 접수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21개월 만에 논란이 불거진 것인지 정한중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현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물었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 출금 이틀 뒤인 2019년 3월 25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첫 중간 조사 결과 보고를 하고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당시 조사단 이규원 검사가 피의자 신분이 아닌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사를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 의뢰를 서두른 것이다.

정한중 “조사단 확신 갖고 수사 요청해 들어줄 수밖에”

정 위원장 직무대행은 중앙일보에 “수사 의뢰라는 게 원래는 이제 최종 결과를 보고할 때 수사 의뢰하는 게 맞지. 중간에 하는 거는 워낙 급박할 때 하는 건데. 그때 급박한 게 터진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중천으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에 따라 공소시효가 끝나는 것도 있을 수 있어 빨리 할 필요가 있어 가지고 그런 거 같다”고 했다.

정 위원장 대행은 “장자연 사건의 경우 배우 윤지오씨가 한 ‘약을 타가지고 강간을 했다’는 진술의 증거가 아무 것도 없고 조사팀 내부에서도 4대 2, 3대 3으로 의견이 갈려 (수사 의뢰 요청을) 몇 번이나 빠꾸 하고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사건 조사팀은 만장일치로 요청해서 수사 권고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중천 리스트’ 한상대·윤갑근 등 지목했지만…

두 달 뒤인 2019년 5월 29일 과거사위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당시 과거사위는 “윤씨가 김 전 차관뿐만 아니라 다수의 법조 관계자와 어울렸던 정황이 확인됐다”며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을 지목해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한 전 총장의 경우 경찰 1차 조사 때 윤씨 원주 별장에서 한 전 총장의 과거 명함이 발견됐고, 이 검사가 ‘윤중천 면담 보고서’에 “윤씨가 한 전 총장에게 돈을 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고 기록한 게 근거였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선 윤씨 운전기사가 경찰 조사에서 윤 전 고검장 사진을 보며 “성 접대가 이뤄진 별장에 온 적 있고 윤중천씨와 일식집 등에서 만난 적 있는 인물 같다”고 진술한 게 사실상 유일한 단서였다.

하지만 과거사위 수사 권고로 출범한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같은 해 6월 6일 “한 전 총장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구체적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한 전 총장의 경우 윤씨 전화번호부에 이름과 통화 내역이 나오지 않았고 윤씨는 정식 녹음한 조사에서 돈을 준 적 있다고 말한 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서도 운전기사는 수사단에 “경찰에서 그렇게 진술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윤갑근 전 고검장이 별장에 출입하고 윤중천씨와 만난 사람인지 자체를 모르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 대행은 이에 “조사단에서 수사를 하면 뭐가 나올 수 있다며 워낙 확신을 가지고 수사의뢰 요청을 해 우리가 수사의뢰를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 연루 대형 오보 소동도

이후에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윤중천씨로부터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가 ‘한겨레’에 접수돼 2019년 10월 11일 신문 1면 머릿기사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조사단이 윤씨의 관련 진술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과거사위를 통해 수사단으로 넘겼으나 수사단이 기초 사실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고 표현했다.

1월 2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2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위원장 대행은 “윤석열이라고 (보고서에) 한 번 글자가 나온다”며 “(윤 총장을) 봤다는 진술이 아니다. 별장과 관계없는 간접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과거사위 보도자료에도 넣지 않았고 (한겨레 보도 때) 기자들에게도 관련이 없으니 보도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이후 윤 총장은 한겨레 기자 등을 고소했고, 한겨레는 장문의 사과문을 실었다.

소위 윤중천 별장 리스트와 윤석열 총장 대형 오보의 근거가 됐던 이 검사의 ‘윤중천 면담 보고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 대검찰청 캐비넷 속에 비공개로 보관하고 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이 1000페이지 분량이라는 김학의 최종 진상조사결과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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