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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줄었어요" 강북·지방 재수학원 찬바람···강남만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2021 대입전략 설명회'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2021 대입전략 설명회'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시 확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의 영향으로 최상위권 수험생의 재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반면 학생 수 감소의 영향으로 중상위권 재수생은 줄면서 대입학원들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의대·서울대 등을 목표로 한 최상위권 수험생의 재수학원 문의가 늘고 있다. 주요 입시 업체는 강남권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의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강남 쪽으로 등록 문의가 3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정시 확대·약대 학부 선발·수능 범위 축소…"최상위권에 유리"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뉴스1

최상위권 재수 수요가 증가한 건 내년부터 정시모집이 늘기 때문이다. 2019년 교육부는 '대입 공정성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16개 대학에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율을 40%로 높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시 인원은 12년 만에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주로 정시에 지원하는 강남 등 이른바 '교육특구' 학생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14년 만에 재개된 약학대학 학부 선발 영향도 크다. 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내년부터 전국 37개 약대 중 32곳이 '2+4년제'(대학교육 2년 후 편입학)에서 6년제 학부 모집으로 전환해 1578명을 뽑는다. 약대 선발 확대로 내년 의대·치대·한의대·약대 선발 인원은 5906명으로 늘었다. 2021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에 응시자 수(13만9429명)의 4.2% 규모다.

내년부터 수능 시험 범위가 줄어드는 점도 재수 부담을 줄여 준다. 수학의 경우 범위가 대단원 19개에서 9개로 대폭 준다. 이만기 유웨이평가연구소장은 "국어·수학 선택과목이 생기고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전환되지만, 시험 범위는 크게 줄어든다"며 "큰 부담없이 재수에 도전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 추이. 지난해 주요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은 3명 중 1명 꼴인 34%를 기록했다. [표 종로학원하늘교육]

최근 10년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 추이. 지난해 주요 대학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은 3명 중 1명 꼴인 34%를 기록했다. [표 종로학원하늘교육]

강북·지방 재수학원은 문의 감소…강남 재수학원은 '고급화'

반면 중상위권 이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수학원은 학생 감소로 모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 수는 49만3433명으로 한 해 만에 5만5301명(10%) 감소했다. 지원율 하락으로 주요 대학의 정시 경쟁률이 떨어져 합격선 하락 가능성이 높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재수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 업체 관계자는 "강남을 제외한 강북이나 지방 소재 재수학원은 문의가 전년보다 20%쯤 줄었다"며 "학생 수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어 사업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일부 중소 규모 재수학원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재수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거리를 두고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재수학원에서 수강생들이 거리를 두고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최상위권 재수 열기로 훈풍을 탄 입시업체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격보다 강의·학생관리 수준에 민감한 학생을 모으기 위해서다. 올해는 방역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기숙학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져 수능을 코앞에 두고 학원을 떠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남대성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올리더라도 면적당 학생 수를 줄여달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강 인원을 줄이고 대신 독서실·강의실을 넓히고 있다"며 "방역수칙을 고려해 10명 이하 소규모 반 운영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론 재수 열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최근의 최상위권 재수생 증가는 2000년대 이후 정시의 문이 좁아지면서 생긴 병목현상의 결과"라며 "내년부터 정시 선발이 늘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숨통이 트이면서 재수생은 차츰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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