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외국인이 소형주 입질? 그거 ‘검은머리 외국인’일지도

중앙일보

입력 2021.01.22 13:00

[더,오래] 장지웅의 친애하는 소액주주에게(4)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 증시가 대폭락하던 지난해 이맘때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액이 하루 사이 조 단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수급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한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 매매 동향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고, 때론 수급의 주체로 인식해 외국인을 추종하는 매매를 하기도 한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에서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이라면 일단 안심하고 매수하는 식이다.

‘개인이 사면 떨어지고 외국인이 사면 오른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처음에 밝혔듯 모든 투자는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좋다. 주어진 명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깊은 의심의 끝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사면 오른다’, ‘외국인 수급을 따라 하면 된다’는 익숙한 명제를 생각해보자. 막강한 수급 주체인 외국인이 시총 2000억 원 미만의 종목에 대해 어떤 전략을 펼칠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국인은 다양한 주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국계 운용사나 외국의 공적 연금·기금 등을 주요 외국계 자금으로 본다. 그런데 이런 자금이 시총 2000억 원 미만의 종목에 들어갈 이유가 있을까? 자금 회피처로 알려진 일부 해외 지역에서 투자하는 역외 자금은 성격이 다르므로 논외로 해야겠지만 외국인은 보통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집행하므로 상식적으로 시총 2000억 원 미만의 종목은 관심권 밖이다. 순수한 외국인 투자 자금은 제한된 몇몇 우량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외국인은 핫한 기업이나 우량주를 분석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스몰캡에 관심을 두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진 unsplash]

외국인은 핫한 기업이나 우량주를 분석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스몰캡에 관심을 두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진 unsplash]

당장 시총 2000억 원 미만의 상장사를 보면 국내 기업임에도 낯선 이름이 많다. 내국인인 우리가 보기에도 낯선 기업인데 외국인이 보기엔 어떨까? 시총 2000억 원 미만 기업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찾기도 힘들다.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핫한 기업이나 우량주를 분석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작은 기업, 스몰캡에 관심을 두고 집중적으로 분석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가 이럴진대 외국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HTS를 보면 시총 2000억 원 미만의 종목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발생한다. 그런 외국인 수급은 주의해야 한다. 임의로 주가를 부양하는 세력이 주로 활동하는 코스닥 중소형 종목의 외국인 순매수는 정상적인 외국인 매매와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세력 주’의 외국인 순매수는 협의가 이뤄진 매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외국인의 순수한 자금이 투입된 게 아니라 신탁 계약을 맺은 외국계 창구를 통해 ‘세력’이 매수주문을 넣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결국 외국인의 수급으로 꾸미는 세력이 자금의 실제 주인이다. 번거롭게 외국인의 수급으로 꾸미는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이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 수급을 추종할 뿐만 아니라, 주가가 하락해도 외국인 유입이 나타나면 머지않아 주가가 회복되리란 막연한 기대감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세력의 입장에서는 남은 물량을 떠넘기기 좋고, 주가 수준을 유지해야 할 때 개인 투자자가 팔지 않도록 시간을 끄는 좋은 장치가 된다.

세력의 전략은 이렇다. 예를 들어 세력의 목표 주가는 1500원인데 현재가 1000원이며 주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더구나 세력에게는 아직 매도하지 못한 물량이 있다. 이제 세력은 남은 물량을 털기 위해 단타를 일삼는 개인 투자자를 유인한다. 며칠간 외국인 순매수를 보여주며 단타 먹거리를 찾는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어느 날 3~7% 정도의 상승을 만들어주는데, 잘 만들어진 분봉 흐름과 호가 창의 균형을 보면서 따라붙은 개인 투자자에게 세력은 남은 물량을 넘긴다.

주식 투자의 고수는 단번에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다. [사진 unsplash]

주식 투자의 고수는 단번에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다. [사진 unsplash]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근 며칠간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보여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단타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해 장중 호가 창을 보며 조심스레 매수했을 뿐이다. 하지만 당일 시세를 분출하는가 싶더니 주가가 밀리고 거래량도 터지면서 마감된다. 나름 단타 매매를 해본 투자자라면 한번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당일 현재가가 1300원이라면 오전부터 외국계 창구를 통해서 매수가 들어오고, 1400원까지 주가는 가볍게 오른다. 분봉 차트도 예쁘게 만들어진다. 차트와 호가 창에서 추가적인 급등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어 더 치솟을 시기를 기다린다. 이때부터 세력은 모여든 개인 투자자에게 1400원 부근에서 남은 물량을 청산하고 자리를 뜬다. 개인 투자자가 많이 모여들수록 그날의 음봉 길이는 밑으로 늘어지고, 거래량도 크게 터진다.

따라서 시총 2000억 원 미만의 종목에서 세력이 외국인 수급을 이용할 때는 조금이라도 먹어보겠다고 나서지 말고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곳으로 몰리는 개인 투자자는 작은 미끼를 보고 서로 먹겠다고 모여드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주식 투자의 고수는 단번에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지속 가능한 수익을 올리는, 즉 시장에 오래 살아남아 있는 사람이다. 수익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잃지 않는 것이다. 잃지 않고 오래 살아남아 버티는 투자자만이 승리자로 남을 수 있다.

그리고 승리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욕심과 욕망을 절제해야만 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극소수만 이익을 낼 수 있다. 자신이 이익을 내는 극소수에 해당한다고 자만하는 순간 실패는 등 뒤에 다가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심되는 상황에서 모험을 걸기보단, 매매를 쉬거나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투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 미디랩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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