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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바이든팀, 北 환상 없다…도발뒤 양보받는 수법 안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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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중앙DB]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중앙DB]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바이든 팀은 북한이 비핵화에 관심 있다는 데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당일 가진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美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 인터뷰 #“북핵에 매우 신중한 접근…한미 시각 조율할 필요” #정의용 외교장관 지명에 "흥미로운 드라마 펼쳐질 것”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 근무했던 그는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을 북한과 한국을 모두 잘 아는 '한반도 베테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경험이 많고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에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정부 시절의 (대북) 압박 전략으로 달려가지 않을 것이며, 대화하자며 트럼프 정책을 껴안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관계에 대해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북한에 대한 시각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메데이로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과도 호흡을 맞췄다. 2013년 11월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방한에 앞서 한국을 찾아 의제 등을 사전에 조율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바마 시절 관료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거 입성했다. 대북 정책 기조도 당시를 따라갈까. 
바이든 팀은 북한과 여러 사이클을 돌았다. 2010년 천안함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이 어떻게 움직이고, 도발을 이용해 양보를 받아내고 관심을 끄는지 안다. 그래서 덫(trap)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바마 정부 말기에 한국 정부와 협력해 강한 대북 압박 정책을 편 것도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북핵 문제는 다른 위치에 와 있다. 북한이 처한 상황도 달라졌다. 폭넓게 정책을 검토하고,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옳다고 판단하면 할 것이다. 다만 이를 대화로 돌아가는 신호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바이든 팀은 북한이 비핵화에 관심 있다는 데 깊고도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deeply, deeply doubtful that North Korea has any interest in denuclearization).
한국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기를 원하는데.
바이든 팀에는 북한 문제에 깊은 경험이 있는 관료들이 많다. 그들은 한미 관계도 잘 안다. 문 대통령의 시각과 그 주변 진보 정책가들도 잘 안다. 바이든 팀은 문재인 팀과 지속가능한 관계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시절 남북미 간 메신저 역할을 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외교장관에 지명됐다.  
정말로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바이든 시대 한ㆍ미 관계를 전망하면.
바이든 행정부에는 커트 캠벨, 토니 블링컨, 제이크 설리번 등 경험적으로, 이론적으로, 실무적으로 한ㆍ미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트럼프와 다르다. 트럼프는 혼자만의 어젠다로 한ㆍ미 동맹 관계를 죽이고, 한반도에서 미군을 빼려고 했다. 그래서 북핵 대화도 했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공격적인 요구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 모든 게 사라진다. 다만, 한미는 북한에 대한 시각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산층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바이든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걱정할 일은 별로 없다.
대중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경책은 옳았다”고 말했다.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동시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블링컨은 마이크 폼페이오가 아니다. 그는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그는 대립적인 사람이 아니다. 미국의 가치에 깊은 믿음이 있지만 이념적이지 않다. 단순하게 중국과 대립하는 것보다 진지한 경쟁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경쟁을 벌일까. 
크게 네 분야가 될 것이다. 첫째는 외교ㆍ안보 분야로, 대만ㆍ신장ㆍ홍콩 문제와 중국군 현대화 이슈가 있다. 둘째는 경제다.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 미국ㆍ한국 등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방식과 관련된 문제다. 셋째는 기술이다. 중국이 불법적인 수단을 써 미래의 핵심 기술을 지배하려는 것과 미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새로운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는 문제다. 넷째는 가치의 문제다. 규칙과 규범, 제도에 대한 믿음, 정치적 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기본적 가치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하는 '경쟁과 협력'이 양립할 수 있나.
기후 변화, 코로나19, 글로벌 경제, 때로는 비확산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미ㆍ중은 두 나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협력하면서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냉전 역사를 보면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 동참 요구와 무엇이 다른가.   
세계의 많은 나라가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이나 주요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니 미ㆍ중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중국이나 러시아 때리기가 아니다. 여기에 참가한다고 미ㆍ중 사이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믿는 가치와 원칙을 옹호하는 일이다. 번영과 안전, 법치주의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국제법 존중 같은 것이다. 한국이 그 성공의 증거다.
“외교가 미국 중산층 삶을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비슷하게 들리는데. 
외교정책에 관한 혁신적인 방안이다. 세상이 바뀌었고, 세계에서 미국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 정책, 특히 통상정책을 펼 때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 소비자 이익을 더 증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 세계화를 너무 빠르게 받아들여 글로벌 기업과 큰 손 투자자는 이익을 얻었지만, 노동자나 중산층 소비자는 혜택을 얻지 못했다.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미국이 전통적인 외교 이익을 수정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가 중국에서 더 많은 보험을 팔았다고 치자. 그 대형 보험회사와 주주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제조업 수출을 증진하는 통상정책은 도움이 된다. 미국이 비행기와 기차, 최첨단 장비를 전 세계로 많이 수출하고, 미국 제조업체들이 효율화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출 수 있다.
해외 업체들이 미국에 더 많은 생산 기지를 세우도록 하는 것도 포함되나.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지만, 미국은 수년간 일본과 한국, 대만, 일부 중국 제조업까지 미국에 편입시키는 데 성과를 거뒀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전하려 한 핵심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근본적으로 관용과 통합에 관한 메시지였다. 미국인 7400만 명이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대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기본적인 이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에반 메데이로스=버락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에서 아시아 정책을 주도했던 브레인이다.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오바마 정부의 대표 전략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설계했다.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아태 지역에 미국의 역량을 대거 투입한다는 재균형 전략은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도 계승됐고,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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