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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 제1계명 ‘레이어링 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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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겨울 산을 오를 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후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을 향해 걷는 사람들. 대부분 아이젠·스패츠 같은 겨울 등산용품을 잘 갖췄다. [중앙포토]

겨울 산을 오를 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후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을 향해 걷는 사람들. 대부분 아이젠·스패츠 같은 겨울 등산용품을 잘 갖췄다. [중앙포토]

겨울 산은 매력적이다. 산행은 고되지만, 쨍한 하늘과 하얀 설명을 마주하면 온갖 시름이 잊히는 것 같다. 그러나 함부로 덤벼선 안 된다. 겨울은 산행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계절이다. 길을 잃거나 부상·저체온증 같은 사고의 절반 이상이 겨울에 집중된다. 해마다 비슷한 사망 사고도 반복된다. 두세 시간 만에 휙 다녀오는 낮은 산이 아니라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복장부터 필수 휴대품까지, 안전한 겨울 산행을 위한 요령을 정리했다.

면 내의 피해야

국립등산학교는 최근 유튜브에 ‘안전산행’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가장 강조한 게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다. 옷을 겹겹이 입는 걸 말한다. 거위 털이 빵빵하게 충전된 ‘헤비 구스다운 재킷’ 한 벌 챙겼다고 끝이 아니다. 속옷부터 재킷까지 용도에 따라 적절히 입어야 한다.

등산객이 의외로 간과하는 게 속옷(베이스 레이어)이다. 재킷은 고급 브랜드 제품을 입고, 속옷은 평소 입던 순면 내의를 그냥 입는다. 면이 땀 흡수는 잘하지만 배출엔 취약하다. 축축한 속옷을 입은 채 등산하면 체온과 컨디션이 떨어진다. 폴리에스터 소재가 속옷으로 적절하다. 그 위에 보온성 티셔츠, 거위 털 같은 충전재를 넣은 재킷, 방수·방풍 재킷을 차례로 입는 게 일반적이다.

안중국 국립등산학교 교장은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 주 능선의 산들은 겨울에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기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며 “사고 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체온을 지켜줄 정도의 방한복을 추가로 준비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눈 덮인 산을 오를 때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아이젠을 꼭 착용해야 한다.

눈 덮인 산을 오를 때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아이젠을 꼭 착용해야 한다.

눈 덮인 산을 오를 때는 등산화도 중요하다. 방수 성능은 필수다. 등산화에 덧씌우는 아이젠은 스파이크가 바닥 전면에 고루 박힌 게 좋다. 눈이 많이 쌓인 산을 간다면 스패츠도 착용하자. 바지와 신발 사이로 눈이 스며 양말이 젖는 걸 막아준다. 등산 스틱은 무릎 관절이 신통치 않은 장년층만 쓰는 게 아니다. 겨울 산 같은 미끄러운 길을 걸을 때 요긴하다. 스틱을 쓰면 상체로 힘이 분산돼 무릎과 발목 관절의 부담도 줄여준다.

에어백 역할도 하는 큰 배낭

겨울 산행에는 배낭이 가벼울수록 좋다고 착각하는 등산객이 많다. 심지어 배낭 없이 1000m 넘는 산에 도전하는  이도 있다.

1000m 넘는 높은 산을 오른다면 여벌의 방한복과 비상식량 등을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큰 배낭을 준비하자.

1000m 넘는 높은 산을 오른다면 여벌의 방한복과 비상식량 등을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큰 배낭을 준비하자.

그러나 국립등산학교는 “배낭을 꼭 챙기라. 그것도 큰 배낭을 챙기라”고 가르친다. 소백산이나 한라산 같은 높은산을 간다면 40ℓ 이상의 배낭이 적절하단다. 20~30ℓ짜리 소형 배낭은 두툼한 방한 재킷을 못 넣을뿐더러 필수품도 덜 챙기게 되기 때문이다.

2013년 선자령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70대 부부가 반면교사의 사례다. 이들은 방한 재킷을 챙겨왔는데도 거추장스럽다며 자가용에 남겨두고 산을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은 “겨울에는 방한복 말고도 비상식량, 따뜻한 물 등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며 “큰 배낭은 미끄러졌을 때 ‘에어백’ 역할도 해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대부분 가족, 친구끼리 삼삼오오 산을 오른다. 노련한 산행 리더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한다. 복장뿐 아니라 산행 코스, 날씨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도 기능을 갖춘 등산 앱을 잘 쓰면 요긴하다. 램블러, 트랭글,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이 대표적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일행이 있다면 무리하게 정상 등정을 밀어붙이지 말고 되돌아오는 편이 낫다. 안중국 교장은 “가이드나 리더가 있어도 겨울에는 조난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며 “높은 산은 4월과 11월에도 저체온증을 앓는 등산객이 발생하니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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