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운명 갈랐다, 96년 함께한 英 최고령 쌍둥이 이별

중앙일보

입력 2021.01.22 00:01

업데이트 2021.01.22 01:42

96년을 함께한 영국 최고령 쌍둥이 고(故) 도리스 홉데이와 릴리안 콕스. [인스타그램 캡처]

96년을 함께한 영국 최고령 쌍둥이 고(故) 도리스 홉데이와 릴리안 콕스. [인스타그램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96년을 함께한 쌍둥이 자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감염된 영국 최고령 쌍둥이 중 한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도리스 홉데이와 릴리안 콕스는 1924년 7월 20일 영국 웨스트미들랜드주 버밍엄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두 할머니는 결혼 후에도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같은 직장에서 일했다. 늙어서는 같은 요양시설에 입소해 줄곧 붙어 지냈다.

두 할머니는 자신들의 노후 생활을 SNS에 올리며 영국에서 '스타 쌍둥이'로 떠올랐다. 지난해 생일엔 BBC에 영국 최고령 쌍둥이 타이틀을 걸고 출연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언니 홉데이가 꼽은 장수비결은 "남편이 없고 맥주가 충분해서"였다. 쌍둥이 할머니의 거침없는 말솜씨와 특유의 유머 감각은 영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건강도 문제없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받았던 코로나19 검사에서도 두 할머니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가족들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전까지만 해도 두 할머니가 '함께 100살까지 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초 문제가 생겼다. 새해들어 의심증상이 나타나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두 할머니 모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령의 나이는코로나19 극복에 걸림돌이 됐다. 언니 홉데이는 먼저 상태가 악화해 동생 콕스를 남겨두고 지난 5일 세상을 떴다. 반면 2주간 사경을 헤매던 콕스는 다행히 병세가 호전돼 지난 18일 퇴원했다. 콕스는 퇴원한 뒤에야 언니의 사망 사실을 듣게 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소식은 또 있다. 홉데이 사망 이틀 뒤 그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문'이 도착한 것. 유가족 측은 "홉데이 할머니는 불과 몇 주 전까지도 건강한 상태였고 방역수칙도 잘 지켰다"며 "할머니는 백신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쌍둥이 동생을 남겨놓고 먼저 세상을 떠난 홉데이 할머니는 11년 전 사망한 남편 옆에 묻힐 예정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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