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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준법위 “승계 포기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 뭔가” 재판부에 반박

중앙일보

입력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실형을 선고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반박했다.

삼성 준법위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타워에서 새해 첫 정기회의를 마친 후 입장문을 내고 “위원회는 판결의 선고 결과에 대해 어떤 논평도 낼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판결 이유 중 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 (재판부와) 의견이 분명히 다르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 18일 이 부회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준법위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준법위는 삼성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를 조사‧감시하는 기구로, 2019년 5월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게 “실효적 제도 등을 마련하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주문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양형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혀왔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 권고에 따라 ▶4세 승계 포기▶무노조 경영 폐기 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우상조 기자

준법위는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위원회는 ‘삼성 준법 이슈의 핵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있다’고 진단했다”며 “이 부회장은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승계에 관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으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나”고 반박했다.

준법위는 승계 포기 이후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고, 노동·소통 분야에서도 활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로지 결과로 실효성을 증명해 낼 것”이라며 “판결과 상관없이 제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준법위의 운영규정 개정안이 주로 논의됐다. 개정안에는 위원회의 권고를 계열사별 이사회 결의로 결정하고, 재권고 시 이사회에 준법위 위원장이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재판부의 ‘실효성 충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사흘 만에 나온 첫 메시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준법위의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위원장과 위원들께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도 “준법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한 뒷받침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과 올 초엔 준법위와 미팅을 가진 뒤 간담회 정례회를 약속하기도 했다.

최현주·신혜연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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