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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 투기꾼 아니다" 승부수…조은희의 서울시장 출사표

중앙일보

입력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남은 임기 1년',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는 4월 7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 이번엔 조은희(60) 서초구청장이 21일 정식 출사표를 내밀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쟁쟁한 야권 후보들 사이에서 조 구청장이 던진 승부수는 이번에도 '집'이다.

'구청장'의 '반값 재산세' 승부

 조 구청장은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 가운데선 상대적으로 '정치 신인'이다. 자신을 '오랜 행정가', '일꾼'으로 칭하면서 기존 정치인과 거리를 두기도 한다. 서울 25개 구청장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이었던 조 구청장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것은 공교롭게도 부동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폭등하고, 정부가 공시지가 인상 등을 통해 세금부담을 키우자 지난해 '반값 재산세'란 카드를 꺼냈다. 집을 한 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엔 공시지가 기준 9억원 이하라면 재산세 50%를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곧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 24곳의 구청장들이 일제히 반발했고, 서울시 역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조 구청장이 환급 절차에 들어가자, 서울시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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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주택자는 투기꾼 아니다"

 조 구청장은 이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도 '반값 재산세 실현'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1가구 1주택자는 투기꾼이 아니다. 지나친 공시지가 반영률, 보유세 부과, 문재인 대통령과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햇볕정책'으로 양질의 주택 65만호를 5년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해제된 정비구역 393개를 '미니 뉴타운 방식'으로 살리고, 서남권인 구로와 금천 일대에 고급주택 20만호를 세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아파트 재건축 35층 규제를 풀고, 5년간 5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정반대의 대안을 내놨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 구청장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지하 고속도로' 건설이다. 가칭 '강남·북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한강~광화문~은평~통일로 구간의 지하를 뚫어 은평에서 강남까지 30분대로 단축하는 게 골자다. 그는 또 "경부선철도 구로역과 서울역, 수색역을 잇는 14㎞를 지하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도로의 지하화를 통해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상부는 도시공원, 주변부는 양질의 주거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서리풀 그늘막…'생활 행정' 이번에도 먹힐까

서초구가 2015년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여름 그늘막. 이제는 여름이면 곳곳 횡단보도 앞에서 이같은 그늘막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서초구]

서초구가 2015년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여름 그늘막. 이제는 여름이면 곳곳 횡단보도 앞에서 이같은 그늘막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서초구]

 '생활형 정치'로 유명세를 탄 것도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 여름철 땡볕을 가려주는 그늘막. '서리풀 원두막'이란 이름으로 2015년 6월 서초구가 첫 선을 보인 후 호응이 뜨겁자 전국 곳곳 횡단보도 앞에 설치됐다.

 버스 정류장에 만든 '온돌의자'도 마찬가지다. 추운 겨울,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을 고려해 2018년 온열기능이 있는 정류장 의자를 만들었다. 이 온돌의자 역시 입소문을 타면서 송파구와 강남구, 마포구 등으로 퍼졌다.

 횡단보도 가장자리에 반짝이는 LED조명을 매립한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원 아이디어는 서초에서 출발했다. 야간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로 전국에 보급됐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반딧불센터'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와는 달리 일반 주택가엔 딱히 택배를 받아줄 곳도 없다는 점에 착안해 2015년 3월 간단한 공구까지 빌려주는 반딧불센터를 열었다. 서울과 경기도, 대구, 인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같은 주민용 '관리사무소'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조 구청장은 이날 출마선언을 마치며 "서울 시민을 위해서만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꾼 시장"을 앞세워 "서울을 더 이상 대권의 징검다리로 여기는 정치꾼이 아니라 일 잘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의미다. 조 구청장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반응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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