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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미 과학기술계 인사에 대한 엇갈린 시선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백악관 과학담당 보좌진을 발표하면서 과학과 진실을 강조했다. 트위터 캡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백악관 과학담당 보좌진을 발표하면서 과학과 진실을 강조했다. 트위터 캡쳐

20일(현지시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에서 과학기술계를 담당할 보좌진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 인선은 지금까지 임명한 공직 중 가장 흥분되는 발표”라며 “이들은 수많은 도전과 싸움에 ‘과학과 진실(science and truth)’을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항상 행정부의 최전선”이라고도 했다.

최근 국내 과학기술계 인사를 보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과학과 진실’이라는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임혜숙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같은 날 문미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으로 취임했다.

문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다. 이때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과학을 신봉한다는 박 교수의 장관 후보 추천에 주류 과학계는 “모욕감이 든다”는 반응이었다. 실증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분야여서다. 박 교수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문미옥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관련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문미옥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관련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문 원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으로 근무하던 2018년 11월 과기정통부는 신성철 KAIST 총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1년10개월간 조사 끝에 ‘혐의없음’ 처분했다. 문 원장은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1년 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났다가 이번에 STEPI 수장으로 ‘복귀’했다.

다시 태평양 건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담당 보좌관의 지위를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해럴드 바머스 전 미국 국립보건원장은 이에 대해 “과학사(史)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행정부가 과학을 정당한 위치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임한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선임한 에릭 랜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AP=연합뉴스]

신임 대통령이 직위를 높이고, 노벨상 수상자가 과학사에 의미를 부여한 주인공은 에릭 랜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였다. 그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이끈 실무형 과학자로, 앞으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맡는다. 미국 과학기술계는 “과학적 관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미션 부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인사 메시지다.

한국 과학계는 임혜숙 교수의 NST 이사장 선임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부에선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임 교수를 포함한 NST 이사장 최종 후보 3인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조직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묻기 위해서다. 임 교수는 “앞으로 공부하겠다”며 답변을 사실상 거부했다. 취임하면 공부해 보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그에게 25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인력만 1만3000명이 근무하는, 이른바 ‘국가의 두뇌’를 통솔·조율하는 임무를 맡겼다.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의 인사 서류에 결재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문희철 기자

문희철 기자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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