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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치우고 루스벨트 초상화…확 달라진 바이든의 오벌 오피스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면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도 크게 바뀌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가 사라지고 대신 노동·인권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흉상과 초상화로 집무실이 채워졌다는 것이다.

잭슨 전 대통령(1767~1845)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자신과 동일시하며 치켜세운 인물이다. 군인 출신으로 독립전쟁 당시 영웅으로 칭송받은 인물로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광장에도 동상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그가 흑인 노예를 둔 농장주였고, 재임 당시 아메리카 원주민에 가혹한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선 재평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란 평가를 받는 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 옆에서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 옆에서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그의 동상 철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재향군인 기념물 보존법에 따라 징역 10년을 받을 수 있다. 조심하라"고 시위대에 경고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떼어낸 자리에 정치인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년)의 초상화를 걸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WP는 해석했다.

WP는 "그동안 새로 당선된 대통령들은 그들이 어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지 추구하는 바를 반영해 집무실을 새로 꾸며 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집무실에는 역사적 인물들이 유독 많다"고 평했다.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결단의 책상' 뒤편엔 노동·인권 운동가 세자르 차베스(1927~1993년)의 흉상을 새로 들여놨다. 또 아프리카계 시민권 운동가 로사 파크스(1913~200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년)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한 인권 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년) 흉상도 설치했다. 집무실 벽난로 옆에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1929~1968년)의 흉상이 놓였다.

책상 맞은편에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렸다. 민주당 출신인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경제 대공황 속에서 취임했으나 뉴딜 정책을 통해 미국을 재건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임기를 시작했지만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관측된다. 재정 확대와 큰 정부라는 위기 돌파 전략에서도 두 사람은 궤를 같이한다.

한편으론 통합의 메시지도 반영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정치적으로 서로 대립했던 토머스 제퍼슨(1743~1826년) 전 대통령과 알렉산더 해밀턴(1755~1804년) 전 재무장관의 초상화가 함께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화국 안에서 표출되는 의견 차이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결단의 책상 뒤편에 전시했던 군부 깃발을 치우고 대신 성조기와 가족사진을 놓았다. 바닥의 양탄자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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