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는 네 편 내편 없다”…'특급 도우미'로 나선 의사들

중앙일보

입력 2021.01.21 11:09

업데이트 2021.01.21 13:47

집단 감염 사태 때마다 ‘방역 도우미’ 자처

지난달 24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서 외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이날부터 최근까지 병천면 식품점 관련 외국인 확진자는 127명으로 늘었다.

 천안의사회 김종현 원장이 천안시청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천안의사회 김종현 원장이 천안시청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당시 천안시는 병천면 사무소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현장 검사에 나섰다. 천안시청 선별진료소에서 활동하던 의료진 20여명이 대거 이곳에 투입됐다. 이 바람에 천안시 중심가에서는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생겼다. 이를 본 천안시의사회가 발 벗고 나섰다. 천안시의사회에는 개원 의사 650여명이 가입해 있다.

 천안시의사회는 즉각 ‘COVID19 비상대책의료지원단’을 꾸렸다. “공공의료에 헛점이 생기면 민간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사회 회원인 개원의 36명은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천안시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이때 하루 400~500명의 검체를 채취했다.

휴일과 야간시간에 선별진료소 봉사

 이들은 이 기간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3명씩 조를 편성해 검체 채취 활동을 했다. 진료가 없는 휴일에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내과·정형외과·마취과 등 진료 과목 구분 없이 동참했다. 이비인후과 개업의인 황동조(53) 천안시의사회장은 “시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마당에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모른 체할 수 없었다”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천안시의사회는 1차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3월 3일부터 4월 12일까지 한 달 이상 검체 채취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의사 35명이 천안시 공설운동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에서 야간 시간을 이용해 의료활동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3780만원을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인 이웃에 써달라며 천안시복지재단에 기탁했다.

 천안의사회 황동조 회장이 천안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천안의사회 황동조 회장이 천안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천안시]

 천안시의사회는 천안시가 꾸린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민·관 합동위원회는 지역 의료계, 대학교수, 언론계, 자영업자 관계자 등 18명으로 구성됐다. 황동조 회장은 박상돈 천안시장과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외국어로 검사안내 플래카드 제작" 조언 

 황 회장은 지난해 말 외국인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위원회에 참석해 병천면 현장에 선별진료소 설치를 건의했다. 황 회장은 “병천면에서 천안 시내로 나와 검사를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방역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검사 안내 플래카드를 영어·태국어 등 외국어를 병기해 만들자고 제안했다.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무료로 검사하도록 권했다. 황동조 회장은 “불법 체류자들이 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됐거나 자가 격리됐던 시민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보내자는 제안도 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황 회장의 건의를 모두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천안시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천안시청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불신 없도록 의사가 백신 먼저 맞자"  

 천안시의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상당수 국민이 부작용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자 의사들이 먼저 접종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자고 한 것이다. 황 회장은 “천안시의사회 임원진 34명은 우선 접종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나머지 회원 가운데 많은 분도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의사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소아암 아동과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을 위한 음악회를 수시로 열어왔다. 황 회장은 “공공의료원 사태 등으로 의료계에 현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차단을 위해서는 시민만 보고 간다는 생각으로 방역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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