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내 모든 영혼 넣어 화합" 링컨 불러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21 05:52

업데이트 2021.01.21 07:4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 선서를 하고 4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 선서를 하고 4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1일(현지시간) 46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8분 워싱턴 시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12시를 기점으로 최고 통수권자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취임 선서
"한 후보의 승리 아닌 민주주의의 승리"
"모두의 대통령 되겠다"…국민 통합 촉구
"힘의 본보기 아닌 본보기의 힘으로 세계 이끌겠다"
상원 다수당도 공화당서 민주당으로 교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선서했다. 3수 끝에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은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첫 여성이자, 첫 흑인, 첫 남아시아계 부통령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이날 오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임 행사를 연 뒤 플로리다로 떠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끝내 승복하지 않음으로써 '평화로운 정권 교체'라는 오래 전통은 빛이 바랬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국민 화합을 호소했다. 그는 "오늘은 미국의 날이자, 민주주의의 날"이라며 "우리는 한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주의가 소중하면서도 취약하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민주주의는 결국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폭력이 의회의 근간을 흔들려고 했다"면서 "우리는 두 세기 이상 이어진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이행하기 위해 하나의 나라로 모였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취임 선서를 한 국회의사당 건물은 1주일 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결의가 이뤄진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지지자들을 선동해 선거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 두 번째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2주일 전에는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4시간여 점거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승인하는 것을 막겠다며 난동을 부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차별주의 등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열거하면서 "모든 도전을 극복하고 미국의 영혼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화합,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에 서명하면서 "내 이름이 역사에 기록된다면 이 법안 때문일 것이며, 내 모든 영혼이 이 안에 들어있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바이든은 "오늘 1월 어느 날, 내 모든 영혼은 여기에 있다"면서 "미국을 하나로 묶고,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이 나라를 화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단합하면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단결했을 때 미국은 절대로 절대로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붉은색(공화당)과 푸른색(민주당), 시골과 도시, 보수와 진보로 분열된 비시민적인 전쟁(uncivil war)을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마음을 닫는 대신 영혼을 열면, 관용과 겸손을 조금 보여준다면, 다른 사람 입장이 되어볼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게 투표한 사람뿐 아니라 표를 주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싸우겠다"면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을 정의하는 가치로 기회, 안전, 자유, 존엄성, 존중, 명예, 그리고 진실을 꼽으면서 "모든 미국인, 특히 헌법을 존중하고 나라를 보호하겠다고 선서한 지도자들은 진실을 수호하고 거짓을 물리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향해서는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며 미국의 귀환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시험대에 올랐고, 거기에서 빠져나오면서 더 강해졌다"면서 "동맹을 회복하고 다시 세계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와 발전, 안전을 위해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는 21분간 이어졌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14분 연설보다 길었다. 대통령 취임사는 통상적으로 전임자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시작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양당 소속 전임자들이 참석한 데 대해 감사한다"는 인사로 대신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생존한 대통령 가운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해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다. [AP=연합뉴스]

가수 레이디 가가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다. [AP=연합뉴스]

가수 레이디 가가가 미국 국가를 불러 행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제니퍼 로페즈는 '아름다운 미국'과 '이 땅은 여러분의 땅'이라는 노래를 불러 숙연한 감동을 불러왔다. 공화당원인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20대 흑인 여성 시인인 어맨다 고먼은 독특한 운율을 넣어 마치 랩을 하듯이 자작시를 낭송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에서 대통령 취임 서명, 장관급 및 차관급 내각 지명 문서 등 3건에 서명하면서 대통령직을 시작했다.

한편,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민주당 상원의원 2명이 이날 해리스 부통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면서 민주당은 이날부터 상원 다수당이 됐다. 의석은 50대 50이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하기 때문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서울=김홍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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