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거위 털 재킷 입으면 그만일까? 겨울 산행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입력 2021.01.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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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은 여느 계절보다 복장이 중요하다. 산의 지형과 높이에 따라 기상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탓에 보온, 방한 의류와 등산용품을 잘 갖춰야 한다. 사진은 덕유산 능선을 걷는 사람들. [중앙포토]

겨울 산행은 여느 계절보다 복장이 중요하다. 산의 지형과 높이에 따라 기상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탓에 보온, 방한 의류와 등산용품을 잘 갖춰야 한다. 사진은 덕유산 능선을 걷는 사람들. [중앙포토]

겨울은 산행 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계절이다. 길을 잃거나 부상·저체온증 같은 사고의 절반 이상이 겨울에 집중된다. 해마다 비슷한 사망 사고도 반복된다. 왜 그럴까. 겨울 산을 만만하게 봐서다. 높이와 지형에 따라 겨울 산의 기상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겨울 등산에 나서는 이들이 간과하거나 오해하는 내용을 하나씩 짚어봤다.

속옷은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

국립등산학교는 겨울 산행에서는 옷을 겹겹이 입는 '레이어링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베이스 레이어, 즉 속옷은 땀이 잘 마르지 않는 면 소재를 피해야 한다. [사진 국립등산학교 유튜브 캡처]

국립등산학교는 겨울 산행에서는 옷을 겹겹이 입는 '레이어링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베이스 레이어, 즉 속옷은 땀이 잘 마르지 않는 면 소재를 피해야 한다. [사진 국립등산학교 유튜브 캡처]

국립등산학교는 최근 유튜브에 ‘안전산행’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가장 강조한 게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다. 옷을 겹겹이 입고 필요에 따라 벗었다 입었다 하는 걸 말한다. 등산객이 의외로 간과하는 게 속옷(베이스 레이어)이다. 평소 입던 순면 내의를 그냥 입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면이 땀은 잘 흡수하지만, 배출엔 취약하다. 축축한 속옷을 입은 채 등산하면 체온과 컨디션이 떨어진다. 겨울 산행 속옷으로는 폴리에스터 소재가 적절하다. 그 위에 보온성 티셔츠, 거위 털 같은 충전재를 넣은 재킷, 방수·방풍 재킷을 차례로 입는 게 일반적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설악산, 소백산 같은 산을 오른다면 이걸로 부족하다. 안중국 국립등산학교 교장은 “백두대간 주 능선의 산들은 겨울에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기에 방풍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며 “사고 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체온을 지켜줄 정도의 방한복을 추가로 준비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등산 스틱은 ‘아재’들만 쓴다?

대관령휴게소을 출발해 선자령으로 가는 등산객의 모습. 대부분 등산 스틱, 스패츠, 아이젠 같은 용품을 잘 갖췄다. [중앙포토]

대관령휴게소을 출발해 선자령으로 가는 등산객의 모습. 대부분 등산 스틱, 스패츠, 아이젠 같은 용품을 잘 갖췄다. [중앙포토]

눈 덮인 산을 오를 때는 등산화도 중요하다. 방수 성능은 필수다. 등산화에 덧씌우는 아이젠은 스파이크가 바닥 전면에 고루 박힌 게 좋다. 눈이 많이 쌓인 산을 간다면 스패츠도 착용하자. 바지와 신발 사이로 눈이 스며 양말이 젖는 걸 막아준다. 등산 스틱은 무릎 관절이 신통치 않은 장년층만 쓰는 게 아니다. 겨울 산 같은 미끄러운 길을 걸을 때 요긴하다. 스틱을 쓰면 상체로 힘이 분산돼 무릎과 발목 관절의 부담도 줄여준다.

배낭은 간소하게 꾸리는 게 좋다?

겨울 산행에 나설 때는 여벌의 방한복과 비상 식량, 따뜻한 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배낭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중앙포토]

겨울 산행에 나설 때는 여벌의 방한복과 비상 식량, 따뜻한 물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배낭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중앙포토]

인터넷에 떠도는 ‘겨울 산행 요령’을 보면 “가방을 단출하게 꾸리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큰 배낭을 이고 산을 오르면 금세 체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립등산학교는 “큰 배낭을 챙기라”고 가르친다. 소백산, 한라산을 간다면 40ℓ 이상이 적절하단다. 20~30ℓ짜리 소형 배낭은 두툼한 방한 재킷을 넣을 수 없을뿐더러 필수품도 덜 챙기게 되기 때문이다.

2013년 선자령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70대 부부가 반면교사다. 이들은 방한 재킷을 챙겨왔는데도 거추장스럽다며 자가용에 남겨두고 산을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은 “겨울 산행 시 배낭에는 방한복 말고도 비상식량, 따뜻한 물 등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며 “큰 배낭은 미끄러졌을 때 ‘에어백’ 역할도 해준다”고 설명했다.

정상 인증샷은 꼭 찍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는 대부분 가족, 친구끼리 삼삼오오 산을 오른다. 노련한 산행 리더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한다. 복장뿐 아니라 산행 코스, 날씨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도 기능을 갖춘 등산 앱을 잘 쓰면 요긴하다. 램블러, 트랭글,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이 대표적이다.

추천 코스, 구조 요청 등의 기능을 갖춘 국립공원 모바일 앱.

추천 코스, 구조 요청 등의 기능을 갖춘 국립공원 모바일 앱.

컨디션이 안 좋은 일행이 있다면 무리하게 정상 등정을 밀어붙이지 말고 되돌아오는 편이 낫다. 안중국 교장은 “가이드나 리더가 있어도 겨울에는 조난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며 “높은 산은 4월과 11월에도 저체온증을 앓는 등산객이 발생하니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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