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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과거사위 "김학의 출금 몰랐다, 이틀뒤에야 첫 보고"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기일이 열린 지난해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기일이 열린 지난해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조사단)이 상위기구인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에 김 전 차관 출금한 지 이틀 뒤에야 처음으로 보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사단이 과거사 조사 대상 선정부터 수사 의뢰까지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진 과거사위를 '패싱'한 채 수사 개시에 준하는 출금 조치를 한 '무리수'를 둔 배경을 두고 비선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당시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 #"과거사위엔 출금 요청한 적 없었다"

23일 긴급 출금→25일 과거사위 첫 중간보고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과거사위 위원장 대행을 맡았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사단에서 과거사위에 김 전 차관의 출금을 요청한 적이 없었고, 과거사위에서 김학의 출금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조사단 이규원 검사와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주심 위원(김용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에 그런(김 전 차관 출금 관련)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출금은) 과거사위 안건으로 오른 적이 없다"라고 했다. 이어 정 원장은 "2017년 말 과거사위 출범 때부터 위원회와 직접 조사하는 조사단을 엄격히 분리해 위원들은 공식 보고서 이외 조사 기록을 볼 수 없게 했다"며 "김학의 사건은 2019년 3월 25일 조사단으로부터 중간 조사결과를 처음 보고받았다"라고도 했다. 김 전 차관의 출금이 이뤄진 지 이틀 후에야 조사 내용을 접했다는 뜻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106쪽 분량의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을 조사하던 이규원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0시 8분 대검 조사단 명의로 긴급 출금 요청서를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출입국청)에 접수했다. 이에 출국심사까지 마쳤던 이 전 차관은 0시 10분 탑승구 인근에서 출입국청 직원들로부터 출금 사실을 통지받고는 출국이 저지됐다.

정 교수는 지난달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징계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한 바 있다. 윤 총장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관련 의혹을 수원지검에 재배당하자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복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다. 대상 사건이 검찰의 치부인 김학의 사건이라니 놀랐다"고 했던 그가 과거사위와 불법 출금 논란에 선을 긋는 증언을 한 것이다.

과거사위 '패싱'…비선(秘線)이 이규원 움직였나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파견 검사인 이규원 검사는 당시 권한 없이 법무부 출입국 본부에 허위 공문을 보내 긴급 출금 조치를 한 장본인이다. 출입국관리법령상 긴급 출금은 수사기관장이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검사는 당시 민간조직인 조사단 파견 검사였기 때문에 통상 검사로서 수사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또 당시 김 전 차관은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혐의의 범죄 피의자 신분도 아니었다. 출입국관리법상 긴급 출금 대상자가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일선 검사들은 이 검사가 적법 절차를 밟았다면 김 전 차관이 같은 달 15일 조사단 소환에 불응하는 등 도피 가능성을 감지한 직후 과거사위를 통해 수사를 의뢰해 정식수사로 전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작 수사 의뢰 권한이 있는 과거사위에는 긴급 출금을 한 이틀 뒤 경위를 보고하고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검사가 정식 계통을 밟지 않고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김 전 차관의 출금을 요청하는 무리수를 뒀는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 검사를 먼저 움직인 당시 비선을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불법 출금 저지른 뒤 부랴부랴 수사 의뢰

정 원장은 과거사위가 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 보고 당일 김 전 차관을 수사 의뢰한 데 대해 "조사단이 ('별장 성 접대 의혹'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으로부터 김 전 차관이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의 공소시효가 도과될 수 있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검찰에 바로 수사 권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 직후 여환섭 현 광주지검장을 단장으로 검사 13명으로 대규모 수사단이 꾸려졌다. 이미 2013년과 2014년 이 사건을 두 차례 수사한 검찰이 세 번째 수사에 나서자 우려가 제기됐다.

김학의 사건 조사팀의 일원이었다가 긴급출금 사태 직전 자진 사퇴한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는 지난 1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는 근거가 없었다"며 "(조사단이) 범죄수사를 명목으로 출국을 막았기 때문에 (과거사위가) 수사 의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비되지 않은 수사 의뢰는 대단히 부실했고 수사 의뢰로 꾸려진 대규모 수사단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수사단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유진·김민중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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