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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줘도 못사는 샤넬·롤렉스…명품매장 줄 서주는 알바도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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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요즘 백화점의 샤넬이나 롤렉스 같은 명품 브랜드 매장 앞은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30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선 걸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들 매장 앞에 줄을 대신 서주는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매장에 들어서도 원하는 제품을 사기는 쉽지 않다. 이른바 ‘신상(신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 일찌감치 동이 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백화점 관계자는 20일 “코로나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된 건 맞지만 그래도 팔리는 제품은 확실히 팔린다”며 “샤넬 같은 주요 명품 매장은 신제품이 입고되는 화ㆍ목요일, 또 주말에는 손님이 가득 찬다"고 말했다.

[코로나 1년] 롯데百의 3억2022만여 건 구매 빅데이터 분석 #

지난해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명품관을 찾은 고객들이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명품관을 찾은 고객들이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은 지난 1년 동안 '소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직장과 가정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직장·주거 일체(직장과 주거가 하나가 됨)’ 상품이 많이 팔렸다. 외출이 줄면서 색조화장품 구매는 감소하고 바디용품이나 향수 구매가 증가하는 등 소비의 이전 현상도 눈에 띈다. 20일 중앙일보가 롯데백화점의 3억2022만여 건의 구매 관련 빅데이터(2019년ㆍ2020년)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지방은 씀씀이 줄고, 수도권은 커져  

우선 소비의 양극화가 더 벌어졌다. 샤넬로 대변되는 초(超)고가 명품은 품목별로 34%~42%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소소한 잡화류의 매출은 되레 줄었다. 특히 보석이나 초고가 럭셔리 시계 등이 강세다. 그래서 일부 명품 브랜드 제품은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수도권과 지역 소비자간 구매력 격차도 더 벌어졌다. 837만명에 달하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구매 소비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방 소비자의 지난해 연간 구매액은 1인당 109만원으로 2019년보다 3.3%가 줄었다. 반면 수도권 소비자는 지난해 연간 135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4.3% 씀씀이가 더 커진 것이다.

롯데 고객 1인당 매출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롯데 고객 1인당 매출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직장·주거 일체 상품 구매 증가 

대기업 부장인 김성준(46) 씨는 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트북ㆍTV도 새로 장만했다. 재택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두 딸을 위해 먹거리도 더 챙기는 편이다. 김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 많은 만큼 거실 가구 등을 조금씩 더 바꿔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재택근무 증가로 인한 ‘직장·주거 일체(직장과 주거가 하나가 됨)’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 데이터 분석 결과 노트북(32%), 컴퓨터 주변기기(81%), 홈시어터 등 영상기기(74%) 등의 매출이 많이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반면 사무용 가구는 매출이 9.1% 줄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화장품 매출이 두드러지게 변화했다. 외출이 줄고, 외부 활동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다 보니 여성용 색조화장품은 전년보다 26% 덜 팔렸다. 하지만 바디용품(7%)과 향수(23%)의 소비는 늘었다. 남성용 기초화장품(52% 증가)도 코로나19 시대 수혜 주로 꼽힌다. 현종혁 롯데백화점 고객경험부문장은 “재택근무로 자신을 돌볼 시간이 더 늘어난 게 남성 기초 화장품 수요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성 기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홈트용품 300% 더 팔려, 수영·축구용품은 확 줄어 

롯데백화점 품목별 매출 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롯데백화점 품목별 매출 증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운동 방식의 변화도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헬스클럽 등에 가기 어렵다 보니, 집에서 혼자 운동을 즐기는 ‘나 홀로 홈트’족을 위한 홈 트레이닝용품 및 의류는 매출이 300%나 늘었다. 좋은 음식을 잘 먹기 위한 반찬, 건강식품류도 25%가량 판매가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수영장 등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었던 만큼 수영용품 매출은 60.6%가 줄었다. 단체로 모이는 걸 꺼리다 보니 혼자 즐길 수 있는 인라인과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등의 매출은 50%가 늘어났지만 축구용품(-31.5%)과 등산복 등 아웃도어의류(남성 -7.8%ㆍ여성 -18.9%)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2월부터 경기 풀릴 것으로 예상

한편 롯데백화점은 자체 분석을 통해 오는 2월부터는 매출 회복세가 분명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관 롯데백화점 데이터 인텔리전스 팀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거리두기 차수 백신 접종 시기 등 30가지 변수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다음 달쯤에는 백화점 매출도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지난해 보복 소비의 주역이던 20·30세대의 소비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마스크 의무화가 풀리는 시점 등을 기준으로 화장품류는 호황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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