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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짜장면론’ VS 오세훈 ‘사계절론’…둘이 세게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중앙당사에서 열린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오른쪽)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나경원의 짜장면론과 오세훈의 사계절론이 맞붙고 있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한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외부 당적을 보유한 채 경선에 참여하게 해 달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두 사람이 각자 당내 1등 후보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의 선거 전략은 닮았으면서 또 묘하게 다르다. 두 사람은 출사표에서 각각 서울의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민생 문제 해결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시정에 관한 총체적인 진단 및 해결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두 사람의 차이는 자신과 상대 후보를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①나경원의 ‘짜장면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일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생계 문제와 서울의 경기침체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자 이태원 먹자골목을 출마 장소로 택했다. 뉴스1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 일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생계 문제와 서울의 경기침체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자 이태원 먹자골목을 출마 장소로 택했다. 뉴스1

지난 13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나 전 의원은 자신을 '보수의 적자'로 내세우며 노선 투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른바 ‘짜장면론’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를 짬뽕, 우파를 짜장면에 비유하며 “(짬짜면을) 둘 다 먹고 싶다고 해서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서 섞어서 주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시대에 따라 때로는 좌가 옳기도 하고, 또 때로는 우가 옳기도 하다. 그런데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고 했다.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선 “짜장면을 잘 만들면 중도층, 진보층도 ‘이야, 지금은 짜장면이 당길 때다’라며 짜장면을 드실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짬뽕과 짜장면을 섞어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드느니 짜장면을 제대로 만드는 게 낫다는 뜻이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선언에 앞선 지난 5일엔 우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여 투쟁 방식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당시 진행자와의 대화에서 “야당은 싸워야 한다”며 “여당이 180석으로 헌법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는데 눈 뜨고 쳐다보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뉴스1

보수 색채를 강조하는 나 전 의원의 ‘짜장면론’이 당내 경선 국면에선 효과적일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대표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오 전 시장보다 나 전 의원이 전통적 지지층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원내대표이던 2019년 당시 범여권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처리 시도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데 앞장서며 투사 이미지를 쌓았다. 최근 검찰은 그를 둘러싼 여러 사건들에 일제히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현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에 의한 피해자’란 이미지까지 자연히 따라붙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30~35%가량으로 추정되는 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규합하면 단일화의 1차 관문인 당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며 “최종 단일화, 또는 당선이 불발되더라도 플랜B로 당권 도전까지 염두에 둘 수 있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야권 단일 후보가 돼 본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해야 할 땐 지금의 전략이 오히려 부담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②‘사계절론’ 오세훈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나 전 의원보다 나흘 늦은 지난 17일 선거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은 ‘사계절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1년 사계절이 한번은 지나야 ‘서울시정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란 걸 알 수 있다”는 게 오 전 시장의 말이다. 오는 4월 보선에서 당선될 경우 시장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울시장 경험이 있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행정 경험이 없는 나 전 의원과 안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발언도 직설적이다. 오 전 시장은 출마선언식에서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오세훈에겐 다른 후보가 갖지 못한 재선 시장으로 5년 동안 쌓은 ‘시정 경험’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대선 불출마’란 배수진도 쳤다. 출마 선언 회견에서 그는 “이제 제 앞에 대권에 대한 생각은 없다. 제가 내놓을 공약은 전부 5년짜리 공약”이라며 “시민이 동의해주신다면 5년 동안 열심히 뛰는 시장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 그동안은 대통령직 도전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버리겠다”고 말했다.

2011년 8월 실시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사진은 당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제2투표소인 혜화주민자치센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가는 오세훈 시장의 모습. 중앙포토

2011년 8월 실시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사진은 당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제2투표소인 혜화주민자치센터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가는 오세훈 시장의 모습. 중앙포토

다만 오 전 시장이 내세운 ‘사계절론’에 대해선 "경험이 풍부한 자신의 강점을 강조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자충수도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재선 서울시장이던 그는 2011년 서울시의회의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율이 개표 요건(33.3%)에 못 미치는 25.7%를 기록하자 사퇴했다. 실제로 경쟁 후보들은 오 전 시장을 겨냥해 ‘여권에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긴 단초를 제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계절론 역시 "사계절이든 팔(8)계절이든 계속하지 왜 그만 뒀느냐"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입당 또는 합당이 불발되면 출마하겠다던 오 전 시장의 이른바 ‘조건부 출사표’도 그에게 부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선 오 전 시장은 출마 회견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제 출마를 바라는 분들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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