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文 지킨다"던 부엉이들의 약진…내각 접수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20 15:37

업데이트 2021.01.20 16:08

20일 개각명단에 포함된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20일 개각명단에 포함된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친문 그룹 ‘부엉이 모임’ 출신 황희·권칠승 의원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 장관에 지명되면서 내각의 친문(親文)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황희 민주당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두 후보자는 2018년 조직됐다가 계파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해체된 '부엉이 모임'의 핵심 멤버다. 지난달 임명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는 25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이 모임 출신이다. 비문 성향 민주당 다선 의원은 “정권 말 권력 누수를 하나도 허용할 수 없단 취지가 읽힌 인사”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경향은 이번 인사로 더 짙어졌다. 두 후보자와 현재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후보자까지 모두 임명된다고 가정하면 총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현역 의원은 6명(이인영 통일부·전해철 행안부·박범계 법무부·한정애 환경부·황희 문체부·권칠승 중기부)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조각 당시에는 5명이 현역 의원이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임기 만료 직전 해(2016년 5월) 기준 18개 부처 장관 중 현역 의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만료 1년 전(2011년 2월) 16개 부처 장관 중 현역 의원(정병국·유정복·진수희·이재오)이 4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이었다.

“부엉이처럼 文 지킨다”

부엉이 모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행정관을 지내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주축이다.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장관이 좌장을, 황 후보자와 권 후보자는 중간 실무역할을 해왔다. “밤에도 (옆에)있으면서 문 대통령을 지키는 역할을 하자고 해서 부엉이로 했던 것”(2018년 7월 전 장관)이란 취지처럼 친목 모임이자 문 대통령 친위 조직이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 장관은 부엉이 모임의 좌장으로 황희·권칠승 후보자는 그의 '좌(左)황희, 우(右)칠승'이라 불릴 정도로 가깝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 장관은 부엉이 모임의 좌장으로 황희·권칠승 후보자는 그의 '좌(左)황희, 우(右)칠승'이라 불릴 정도로 가깝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원래부터 친위 조직의 성격은 아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2008년) 이후 ‘청정회’란 이름으로 시작된 친목 모임이었지만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출마한 문 대통령이 패배하면서 정치적 결사체로의 성격이 더해졌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에 나서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과 혈투를 벌인 2015년 전당대회와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 이후 결속력이 강해졌다.

실체가 뚜렷해진 건 2018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다. '부엉이 모임'이란 이름도 그때 알려졌고, 40여명에 달하는 소속 의원들의 명단도 공개됐다. 그러자 당내에선 “특정 당대표 후보를 지원하는 조직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일부 의원 이탈과 당내 비판에 부엉이 모임은 자진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2년 5개월간 준비 끝에 지난달 ‘민주주의 4.0 연구원’으로 재출범했다. 민주주의4.0 소속 의원은 “부엉이 모임 핵심 의원이 연구원을 꾸린 뒤 입각까지 한 것은 당과 정부의 헤게모니를 다 잡겠단 뜻으로 해석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사가 논공행상이냐”

문 대통령이 나선 여러 선거에서 조직과 전략을 담당하며 당선을 도운 황 후보자는 2017년 5월 정권 출범 초부터 핵심 인사로 주목받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당내에선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려면 황 의원을 통하면 된다”는 말도 있었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의원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대미특사에 당시 초선의원인 황 후보자를 보낸 것만 봐도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2016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문 색채가 강했던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을 친문 주자로 밀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황 후보자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2018년 부엉이 모임이 표면화할 당시 멤버였다. 다만 박 후보자는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부엉이 모임 주축이 김진표 당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할때, 이해찬 대표를 지지했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2018년 부엉이 모임이 표면화할 당시 멤버였다. 다만 박 후보자는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부엉이 모임 주축이 김진표 당시 당대표 후보를 지지할때, 이해찬 대표를 지지했었다. 연합뉴스

권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과 전해철 민정비서관 아래서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문 대통령 신임을 얻었다. 경기도 의원(2010~2016년)을 지낸 뒤 20대 총선에서 당선되자 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사용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325호)에 입주했다. 권 후보자는 당시 “문재인 대표가 쓰신 방을 쓰면서 그분 정신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나 중소기업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지 못한 두 후보자의 입각에 당내에선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정권 말 레임덕을 피하겠단 생각이 강했던 것 같은데 결국 논공행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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