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데스노트 통했나…文 '오경화' 대신 정의용 택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1.20 15:20

업데이트 2021.01.20 15:29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후임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던 정의용 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내정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황희ㆍ권칠승 의원을 각각 내정하는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황희 국회의원,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권칠승 국회의원.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왼쪽부터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황희 국회의원,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된 권칠승 국회의원. 청와대 제공

핵심은 강 장관의 교체다. 정부 출범 직후 임명된 강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 5년을 함께 할 것'이란 의미에서 ‘K5’,또는 '오경화'로 불려왔다. 그랬던 강 장관의 전격 교체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외교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대해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외교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외교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한반도 정책의 ‘투톱’으로 불려왔다. 2018년 3월 두 사람은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정 후보자는 이후 메신저로 미국에 파견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와 회동했다.
그 결과는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ㆍ미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어졌다.

안보실에 참여했던 여권 고위 인사는 중앙일보에 “3년 넘게 한반도 문제를 담당해온 안보실장 출신 인사를 외교장관에 임명한 건 남은 임기동안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문 대통령이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ㆍ미 동맹, 남북 관계 양쪽 분야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은 정 후보자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면 서훈 현 안보실장에 박지원(국가정보원)-정의용(외교)-이인영(통일)로 이어지는 진용이 구축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외교안보특보까지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특화된 진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외교부는 정 후보자가 가세하기 전부터 이미 남북 관계 진용으로 개편됐다. 최종건 1차관은 '정의용 안보실' 체제에서 평화기획비서관을 맡았던 인물이고,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 차관 후임 평화기획비서관이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는 "바이든 행정부와 코드를 맞춘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영준 뉴욕주 변호사는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전략은 한ㆍ일 관계 복원과 한ㆍ미ㆍ일 동맹 강화를 토대로 한 대(對) 중국 다자 통상전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했다.

여권 인사는 "안보실장으로 백악관과의 채널 역할을 해온 정 후보자는 현역 외교관 시절엔 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을 거친 다자ㆍ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라며 "문 대통령이 일본통인 강창일 주일본 대사를 임명한 뒤 신년회견에서 일본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 정통 외교관 출신인 정 후보자를 장관에 지명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관심사를 두루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9월 5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9월 5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북한의 눈치를 봤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달 강 장관의 북한 코로나 관련 발언에 김 부부장이 “주제 넘은 망언에 대해 정확히 계산하겠다"며 협박성 반응을 보인 걸 두고서다. 이런 협박이 강 장관의 전격적인 교체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앞서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도 김여정이나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의 비난 담화 뒤 경질됐던 전례가 있다.

문 대통령은 문체부와 중기부의 수장에 친문(親文) 핵심 현역의원을 기용했는데, 특히 친문 모임으로 알려진 ‘부엉이 모임’ 구성원의 약진이 눈에 띈다.

문체부 장관에 지명된 황희 의원은 부엉이 모임의 간사였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 모임의 핵심 멤버다. 청문회를 앞둔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이 모임 소속이다. 모임 좌장격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황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도시공학 석ㆍ박사를 거친 도시계획 전문가다. 당에서도 부동산 안정 및 서민주거복지TF 위원으로, 국회에선 주로 국토위에서 활동했다. 문체부 관련 경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는 “당 홍보위원장을 했고 정책위 부의장 등 소통 역량을 충분히 보여왔다”며 “도시재생 정책도 주로 문화예술과 관광을 접목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 역시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특히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의원회관 325호는 과거 문 대통령이 의원 시절 쓰던 사무실이다.

그는 삼성그룹 공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후 동부화재(당시 한국자동차보험)에서 노조 운영위원을 맡았다. 대기업 출신 정치인이 중소벤처기업을 총괄하는 부처를 맡은 것과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장관 인사에서 출신이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도덕성, 전문성, 리더십에서 누가 적임자냐는 인선 기준에 따라 선정한 인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말 연시 세차례 개각을 통해 9명의 장관을 교체했다. 이중 5명이 친문 성향의 현역 의원이다. 모두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될 경우 18개 부처 중 이인영 장관을 포함 6개 부처 장관이 현역의원으로 꾸려진다. 이를 두고 "상대적으로 청문회 부담이 작은 현역 의원을 많이 발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내정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내정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내정된 세 명의 장관 후보자 중 황 후보자는 무주택자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1주택자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여권에선 대선 도전이 유력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물러나는 4월에 추가 개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ㆍ사회부총리를 비롯해 이번 개각에서 제외된 부처가 대상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집권 후반기 마무리와 성과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인사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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