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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람 블링컨 "트럼프의 중국 강경책 옳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연 인준 청문회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연 인준 청문회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 각료인 앤서니 블링컨(58)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 정책을 이어나갈 것임을 알렸다.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접근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계획이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지명자는 19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북핵 문제를 비롯해 중국·이란 등 미국이 직면한 외교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며 이같이 알렸다.
 4시간여 진행된 청문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한 의원은 한 명이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은 "궁극적인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동결하는 대가로 북한에 대해 맞춤형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단계적 합의(phased agreement)' 시도를 지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블링컨 국무 지명자 인준 청문회 #"전 정권들, 中에 낙관적 접근 잘못" #북핵 놓곤 "접근법, 정책 전반 재검토" #25일 초당적 지지로 표결 통과할 듯

블링컨 지명자는 이에 대해 "북한에 대한 접근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이 문제는 앞선 모든 행정부를 괴롭힌 어려운 문제였으며, 나아지지 않고 사실은 더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핵은)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고 싶다"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데 효과적인 옵션으로 무엇이 있는지 검토하고, 다른 외교적 이니셔티브가 가능한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미 바이든 정부 첫 내각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 바이든 정부 첫 내각 구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맹과 협의하고, 모든 제안(bidding)을 검토하는 데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향은 언급하지 않았다.

마키 의원은 이어 "팬더믹으로 닫힌 북한 국경이 열리면 적법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도달하도록 제재를 일부 푸는 방안을 지지하는가"라고 물었다. 블링컨 지명자는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무엇을 하든 안보 측면만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에도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북한뿐 아니라 어느 나라를 대할 때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블링컨은 "체제와 정권에 대해서 강한 불만이 있고, 그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곳 국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과거 정부에서 북핵 문제에 관여할 때도 인도주의적 지원과 의료 지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도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총 240여분 이어진 청문회에서 북한 관련 질의응답은 2분 50초가량이었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연 인준 청문회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연 인준 청문회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이날 청문회 '메인 메뉴'는 중국과 이란이었다. 의원들은 블링컨의 대중국 외교에 대한 시각을 거듭 묻고 확인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 유세 기간 줄곧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데서 더 나아가 블링컨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옳았다"는 말까지 했다. 중국 정책만큼은 '트럼프 지우기'의 예외 임을 알렸다.

블링컨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더 강경하게 접근한 것이 옳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는 여러 면에서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기본 원칙은 옳은 것이었고, 그것이 실제로 미국 외교 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경제 자유화가 이뤄지면 정치적 자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광범위한 의견 일치(consensus)가 있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무부 부장관으로 일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포함해 전 정권들의 중국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해 주장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에도 동조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의 신장 소수민족 위구르족 탄압을 종족학살(genocide)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대만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지원에 대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이밖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트럼프 행정부 중재로 이스라엘이 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브라함 협정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블링컨 지명자가 공화당 의원들과 이견을 보인 이슈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이란 핵 합의(JCPOA)를 복원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과 충돌을 빚는 대신 의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마무리했다.

블링컨 지명자가 공화당 의원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면서 청문회 분위기는 내내 온화했다. 블링컨 지명자가 외교위 국장 출신이어서 '옛 동료'를 따뜻하게 맞아준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정책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이어나가기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으로 4년간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민주·공화당이 외교 정책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해석했다.

'준비된 국무장관' 블링컨은 양당 의원 지지를 받으며 청문회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은 블링컨을 "뛰어난 선택"이라고 부르며 인준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뉴저지)은 "국무장관이 나올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블링컨 지명자에 대한 상원 표결은 이르면 오는 25일 진행될 예정이며, 초당적 지지가 예상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날 블링컨 지명자의 부인인 에반 라이언(50) 전 국무부 차관보는 청문회장에서 남편의 증언을 지켜봤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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