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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때렸는데 文은 감쌌다…윤석열·최재형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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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감사원과 검찰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관련 감사·수사에 대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인인지 의혹을 품게 된다”(소병철 의원),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낙연 대표)이라며 감사원과 검찰을 공격해왔던 더불어민주당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놓고 여권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안 질문을 하기 위해 번호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안 질문을 하기 위해 번호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①전달 오류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 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세균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하던 말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대통령의 의중이 민주당 지도부에게 잘못 전달된 거 아닌가 싶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머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도 “문 대통령이 말했던 포용과 통합은 소모적 정치 논란을 피하자는 것이었는데, 여당 내 강경파들이 계속 생각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읽고 있다는 시그널이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하라”며 윤 총장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윤 총장은 “여러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진영 행안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대통령 뒤에 가림), 문 대통령, 김영문 관세청장, 윤석열 검찰총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왼쪽부터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진영 행안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대통령 뒤에 가림), 문 대통령, 김영문 관세청장, 윤석열 검찰총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연합뉴스]

②지지층을 위한 정치

메시지 전달 과정에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과 관련해 민주당 한 의원은 “당내 강경파들이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춘 정치를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과 관계없이 강성 지지층의 뜻에 맞춰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최 원장과 윤 총장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 탄핵 요구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달 민주당에선 김남국·김용민 의원 등 초선 의원과 중진인 김두관 의원 등이 윤 총장 탄핵을 요구했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은 검찰총장 임기제가 확실히 보장되면서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고 있다”며 강성 지지층과는 전혀 톤이 다른 말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과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이 열린 지난해 11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과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현장 검증이 열린 지난해 11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③역할 분담론

당·청간의 불통이라기 보다는 '역할 분담'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인사는 “여당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냐”며 “검찰개혁 등에 대한 대통령과 민주당의 생각은 같다고 본다. 다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식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악역'으로 검찰을 몰아쳤고, 문 대통령은 '선한 역할'로 윤 총장을 격려한 것이란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정당은 정치를 하는 조직으로 그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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