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성공못했다"던 日기자 "한국은 진정성, 우린 행동 중요"

중앙일보

입력 2021.01.19 17:31

업데이트 2021.01.19 17:38

마이니치신문 사와다 가쓰미 논설위원이 신간을 들어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마이니치신문 사와다 가쓰미 논설위원이 신간을 들어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옛날엔 많은 일본 사람들이 조선에 왔지. 좋은 일본 사람도 있었고 나쁜 일본 사람도 있었어. 조선 사람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었지.”  

경북 안동의 한 가게의 주인 할머니가 1988년 일본인 대학생을 맞아 건넨 말이다. 당시 한국을 배낭여행 중이던 이 대학생은 현재 일본 유력지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논설위원이 됐다.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이 할머니의 말씀이 인상에 깊게 남은 사와다 위원은 이듬해 한국어 유학을 왔고, 이후 마이니치 신문의 서울특파원을 2번(1999~2003년, 2011~2015년) 지냈다. 두번째 부임 중엔 서울지국장으로 근무했으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장으로 선출됐다. 일본 언론인 중 내로라하는 지한파로 통한다.

2019년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반대해 한국에서 ‘노 재팬(No Japan)’ 바람이 불었을 당시, 칼럼 및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역사 상 성공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해 화제가 됐다.

그런 그가 한국에 대한 네번째 책을 냈다. 한국어로도 최근 번역된 책의 제목은 『한국과 일본은 왜?』(책과함께)로 지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있기에 여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통시적 분석이 핵심이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ㆍ일 관계에 전향적인 입장을 개진했던 터라 관련 내용부터 물었다.

2019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깃발을 설치하는 중구청 직원. [뉴스1]

2019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깃발을 설치하는 중구청 직원.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회견에서 위안부 판결에 대해 “곤혹스럽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불 이행을 위해 한국 내 일본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를 하는 문제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게 이때까지와 완전히 다른 방향이어서 놀랐는데, 일단 일본 언론계 분위기부터 냉담해서 걱정이다. 외무성뿐 아니라 일본에서의 전반적 반응이 ‘이제와서 어쩌라는 건가’라는 분위기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처음이라서 의미가 있다고 설득하고는 있는데, (일본 측의) 반응이 냉담한 것을 보고 오히려 나는 예전 한국에서 아베 총리의 위안부 사과에 대해 반응이 냉담했던 게 떠올랐다. 당시 내가 ‘그래도 일본 총리가 사과를 했다는 건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하면 한국에서 ‘진정성이 없다’고 반응하는 것과 비슷했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듯 하면서 다른데. 한ㆍ일 관계 갈등도 이같은 오해에서 많이 비롯되는 듯 하다.  
그렇다. 일본인에겐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 정치인을 포함해 일본인은 마음 속으론 정말 하기 싫어도 일단 (사과와 같은) 어떤 행동을 했다고 하면 더 이상 그 마음에 대해선 더 이상 안 따진다.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진정성을 중시하고, 마음과 감정이 중요하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도쿄올림픽의 북한 참가 등을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과 북한을 의식했다는 분석은 자연스럽다. 이에 대해 순진(甘い)하다, 지나치게 낙관적 아니냐는 비판은 물론 나올 수 있지만 그런 계산이 있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모든 의도가 순수할 필요는 없고, 게다가 국익을 위해서라면 계산을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본다. 
2019년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아베 당시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현장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아베 당시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신간에서 한ㆍ일 양국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핵심은.  
예전의 한국을 알았다고 지금의 한국을 안다고 자신하는 일본인을 자주 본다. 그러나 한국은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일본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탈일(脫日)하는 한국』이라는 책을 2006년에 냈다. 한국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당시 (일본) 외무성의 코리안 스쿨(한국 담당 외교관)에게선 ‘정확한 분석’이란 평을 들었지만 ‘말도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었다. 자신이 상대했던 1980년대 이전의 한국만 아는 분들 사이에서였다. 그런데,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서로에 대해 업데이트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로를 비판하는 것이 문제다. 2006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도 엄청 바뀌었다. 당시 한국 젊은이들은 소니 전자제품을 많이들 갖고 다녔지만 지금은 내 안방에 LG 텔레비전이 있다.
불매운동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의 불매운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참고로 덧붙이고 싶은 건, 내가 한국의 이번 불매운동이 실패할 거라고 확언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나는 과거 역사를 볼 때 불매운동은 실패했다고 언급했던 거다(웃음). 이번의 불매운동에서 흥미로웠던 포인트는, 중간에 ‘노 재팬’이 아니라 ‘노 아베’로 가자는 목소리가 나왔던 거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제징용과 무관한 기업을 포함해 일본에 관광을 가는 것조차 터부시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 1부부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 1부부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까. 그 경우, 북한을 적극 초청하겠다는 분위기가 일본 정계에 어느 정도로 있나.  
지금 일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너무 강력해 다른 것은 다 삼켜버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현 총리의 지지율도 코로나19로 인해 바닥이고, 여당 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여차하면 이르면 봄에 총리가 바뀔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도쿄올림픽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내년 2월 예정인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도 힘들지 않을까 한다. 만약 도쿄올림픽이 열린다고 해도 일본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의례적으로 초청은 할 수 있겠지만 열렬히 와달라고 요청할 분위기는 아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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