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구리 왕눈이처럼 '일곱 번 쓰러져도' 일어난 LG 정찬헌

중앙일보

입력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 [사진 LG 트윈스]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 [사진 LG 트윈스]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31)은 데뷔 11년 만에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찬헌은 2008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다. 팔꿈치 인대접합, 경추와 팔꿈치 뼛조각 제거, 허리 디스크 등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다. 하지만 2020년, 정찬헌은 다시 한 번 일어섰다. 선발로 보직을 바꿔 19경기에 등판했고, 7승4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코칭스태프는 정찬헌의 몸 상태를 고려해 열흘에 한 번 기용했고, 맞아떨어졌다.

정찬헌은 "처음에 선발로 나올 때는 익숙하지 않은 보직이었지만 긴장감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팀이 필요한 보직을 내게 맡겨 주시고 배려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신임 류지현 감독은 올해도 정찬헌에게 비슷한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7승 중 1승은 데뷔 첫 완봉승(6월 27일 SK전)이었다. 9회 1사까진 노히트였으나 김경호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완봉승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인 투수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건 2000년 송진우(한화)가 마지막이다.

정찬헌은 "팀이 7연패 중이었다. 승리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사실 운도 많이 따른 경기였다. 그 경기보다는 6월 4일 잠실 삼성전(7이닝 3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승리)이 더 기억에 남는다. 가장 좋은 투구 밸런스로 던진 경기였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마다 그 날의 경기 투구 장면을 다시 봤다"고 했다.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 [사진 LG 트윈스]

LG 트윈스 투수 정찬헌. [사진 LG 트윈스]

정찬헌은 "두번째 허리 수술이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수술을 해서 힘들고 어려웠다. 첫번째 허리 수술을 했을 때 너무 힘든 기억이 많았다. 내가 정말 마운드에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곁에서 늘 묵묵하게 응원해주며 항상 힘이 되어준 아내가 있었고, 컨디셔닝 코치님들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특히 이권엽 코치님은 밤새워 가며 많은 허리 수술 재활 관련 논문을 보셨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재활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개구리 왕눈이'였다.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비록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재활을 했다. 내가 지난해 11번으로 등번호를 바꾼 것도 11번 숫자처럼 내 척추를 꼿꼿하게 잘 잡아주고 버텨줬으면 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찬헌은 데뷔 초 우완 정통파로 큰 기대를 모았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커브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공을 던진다. 정찬헌은 "선발을 하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구속보다는 다양성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요즘엔 같은 구종도 속도를 조절해 타자의 타이밍을 뱄는다. 정찬헌은 "보통 내 커브는 시속 123~124㎞인데, 때에 따라 더 느린 105㎞로도 던졌다. 스피드의 격차를 주면서 완급조절을 했다. 구속을 늘이는 것은 어렵지만 완급조절은 가능하다"고 했다.

LG는 최근 몇 년간 좋은 투수 기대주들이 쏟아졌다. 정찬헌은 "후배들 모두 잘 해주고 기대가 되지만 특히 (이)정용이가 애착이 많이 간다. 2019년에 수술하고 재활을 같이 한 룸메이트였다. 정용이는 신인답지 않게 야구에 대한 가치관, 운동에 대한 자세,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책임감이 강하다"고 격려했다.

정찬헌은 "기록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다. 다시 마운드에 설수 있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이 야구장에 오고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했는데 지난해는 아니었다.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이어 "조금 늦게 팬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렸던 한 해였는데,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올해는 잠실에서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