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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군기지 토양 발암물질 기준치 17.8배”…미군 "환경부와 협의"

중앙일보

입력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출입구. 연합뉴스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출입구. 연합뉴스

반환이 결정된 대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헬기장 부지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양에서는 환경기준치의 최대 17.8배에 이르는 발암 물질이 다수 검출됐고 지하수에서도 유해 물질 세 종류가 기준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동쪽 활주로와 헬기장 부지 총 6만6884㎡의 토양과 지하수 환경오염실태에 대해 조사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보고서를 입수해 19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시행한 조사 결과다.

 반환부지 188개 지점 994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기름 유출에 따른 오염도를 나타내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최고 농도가 8892㎎/㎏로 나타나 기준치(500㎎/㎏)를 17.8배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암물질인 벤젠·비소·카드뮴·구리·납·아연·불소 등도 최소 1.4배에서 최대 14.8배 높게 검출됐다.

 지하수 특정유해물질 대상으로 분석한 32개 지하수 시료 중 6개 시료에서도 TPH 최고농도가 기준치보다 훨씬 높게 검출됐다. 1차 채수 때는 기준농도(1.5㎎/L)보다 15.5배 높은 23.2㎎/L, 2차 채수 때는 9724배 높은 1만4578.0㎎/L, 3차 채수에서는 364.4배 높은 546㎎/L가 검출됐다. 페놀도 세 차례에 걸친 검사 결과 기준농도(0.005㎎/L)보다 최대 4배 높게 나타났다.

 지하수의 과불화화합물 최고농도 분석 결과에서도 35개 시료 중 11개 시료에서 환경부 수질 감시기준(70ng/L)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1차 검사에서는 120.842ng/L, 2차 184.210 ng/L, 3차 191.898ng/L로 조사됐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오염도 조사 대상 지역 내 관제탑, 차량정비소, 막사, 항공운항 사무실 등 건물 내·외부 전체에 대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공단의 토양 오염실태 조사는 캠프워커 미군기지 반환부지가 향후 토양환경보전법에서 정한 ‘1지역’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고 기준치를 설정했다. ‘1지역’은 주거 용도의 건축물 부지와 전·답, 과수원, 목장, 학교용지, 공원,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는 부지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서울과 경기 일부, 대구 남구, 경북 포항, 강원 태백 등에 있는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11일 미국과 제201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화상으로 열고 서울과 경기 일부, 대구 남구, 경북 포항, 강원 태백 등에 있는 미군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구안실련 측은 “오염된 반환부지는 물론 인근 지역 지하수와 암반층 등 모든 구역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와 위해성 평가가 필요하다”며 “반환된 기지의 오염 정도, 오염 정화 공법, 오염 정화 과정, 사후 모니터링 등 관련된 모든 정보가 철저하게 시민에게 공개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염 정화를 위한 전 과정에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관협의회 구성을 요구한다”며 “반환부지와 인근 주변 지역에 환경오염을 야기한 미군 측에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환경 정화비용 일체를 부담하도록 대구시와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캠프워커뿐 아니라 반환되는 미군기지 관련 대책 등을 환경부와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앞서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동쪽 활주로와 헬기장 부지 총 6만6884㎡는 지난해 12월 열린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특별합동위원회에서 국내 다른 미군기지 11곳과 함께 즉시 반환하기로 합의된 곳이다. 대구시는 헬기장 부지에 대구 대표 도서관과 공원, 지하공영주차장 등을 짓고 활주로 부지에는 대구 3차 순환도로를 건설할 방침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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