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준호의 사이언스&

망자까지 챗봇으로…대화형 인공지능 10년 안에 사람 수준 된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1.01.19 00:27

지면보기

종합 23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죽은 사람을 불러내 일상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공상과학(SF) 영화나 귀신 불러내는 무당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지난 4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망한 당신을 다시 불러낼 수 있다…챗봇으로’(Microsoft Could Bring You Back From The Dead... As a Chat Bot)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SF영화 속 상상, 머잖아 현실로
GPT-3는 철학적 대화 나눌 정도
사망한 가족 챗봇 만드는 특허도
SNS 속 영상·사진·대화 이용

포브스에 따르면, MS는 지난해 말 특정인을 챗봇으로 환생시키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특허출원했다. 가족이나 친구 등 특정인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 남긴 대화나 사진·동영상·음성 등이 그 바탕이 된다. MS 측은 살아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망자(亡者)도 챗봇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사람의 광범위한 대화나 글을 학습하는 일반적인 챗봇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꿈이 있어야 실현도 된다고 했던가. 베스트셀러 『특이점이 온다』(2005)를 쓴 미국의 대표적 AI 전문가 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돌아가신 사랑하는 아버지를 살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모아왔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AI가 마련된다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버지가 환생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솔트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가람이. 건전한 어린이용 유튜브 데이터를 학습한 가람이(왼쪽)는 착한 말을, 제한 없는 유튜브 내용을 학습한 가람이는 다소 거친 말을 쓴다. 최준호 기자

솔트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가람이. 건전한 어린이용 유튜브 데이터를 학습한 가람이(왼쪽)는 착한 말을, 제한 없는 유튜브 내용을 학습한 가람이는 다소 거친 말을 쓴다. 최준호 기자

SF 영화 속 세계에는 이미 커즈와일의 이런 상상이 현실로 등장한 지 오래다. 넷플릭스의 영화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중 ‘돌아올게(Be Right Back·2013)’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남편을 평소 그가 남겼던 소셜미디어 속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디지털 휴먼으로 살려낸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트렌센던스’(2014)는 슈퍼컴퓨터 완성을 목전에 둔 천재 과학자가 목숨을 잃자, 연인이 그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시켜 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젠 SF영화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망자의 디지털 휴먼을 실제처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도 망자를 디지털로 환생시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의 성능도,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도, 데이터도 부족해 그저 그런 단순 시도에 그쳤다.

솔트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가람이. 건전한 어린이용 유튜브 데이터를 학습한 가람이(왼쪽)는 착한 말을, 제한 없는 유튜브 내용을 학습한 가람이는 다소 거친 말을 쓴다. 최준호 기자

솔트룩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가람이. 건전한 어린이용 유튜브 데이터를 학습한 가람이(왼쪽)는 착한 말을, 제한 없는 유튜브 내용을 학습한 가람이는 다소 거친 말을 쓴다. 최준호 기자

돌아보니 미래는 이미 와 있었다. 혐오 발언과 개인정보 이슈 속에 지난 13일 서비스를 중단한 챗봇 이루다는 업력 짧은 국산 스타트업의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공개된 미국 오픈AI의 자연어 인공지능 ‘GPT-3’는 일상 대화뿐 아니라 신의 존재와 인류의 운명 등 고차원적 대화도 천연덕스럽게 해내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디지털화된 빅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터, 첨단 알고리즘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국내에도 대화형 AI 서비스는 이미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피커 속 AI뿐 아니다.  2002년 시작한 원조 토종 챗봇 ‘심심이’는 이미 세계 81개 언어를 쓰고, 4억명의 누적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챗봇 서비스 ‘가상남녀’에선 이용자가 원하는 실제 사진을 바탕으로 한 남녀 챗봇의 얼굴과 몸을 선택하게 한 뒤, 이루다처럼 사적이며 은밀한 대화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기업이나 기관에서 고객 응대 차원에서 도입한 ‘목적형 AI’ 또한 이미 다양하게 나와 있다.

공상과학(SF) 영화 ‘트랜센던스’(2014) 천재 컴퓨터 과학자가 숨진 뒤 인공지능으로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중앙포토]

공상과학(SF) 영화 ‘트랜센던스’(2014) 천재 컴퓨터 과학자가 숨진 뒤 인공지능으로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중앙포토]

코스닥 상장 AI 전문기업 솔트룩스는 지난해 이동통신사 유플러스와 함께 실제 5세 아이를 바탕으로 만든 두 가지 성격의 디지털 휴먼 ‘가람이’를 공개한 바 있다. AI뿐 아니라 사람도 어떤 데이터를 접하느냐에 따라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캠페인성 프로젝트였다. 18일 서울 역삼동 솔트룩스 본사에서 만난 가람이는 어떤 말을 해도 잘 알아듣고 거침없이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세계 최정상급 자연어 AI인 GP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의 기술을 융합한 대화형 AI를 개발하고 있다”며 “오는 6월쯤엔 한층 업그레이드된 가람이를 바탕으로 한 B2C(기업-고객 간) 상용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

AI는 언제,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은 과거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29년께 인간의 뇌와 성능이 다름없는 기계지능이 나타날 것이다. 그 이후 기계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2045년에는 인간 지능을 수십억 배 능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술 더 뜬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 추세로 봤을 때 향후 5년 이내에 AI가 인간을 추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단순한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직접 AI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GPT-3를 개발한 오픈AI 설립을 주도했고,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뉴럴링크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경일 대표는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커즈와일이나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인간과 다름없는 AI가 5~10년 내 나오기엔 넘어서야 할 벽이 많다”면서도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수십 년 내에 그 비슷한 정도의 AI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