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투혼 양홍석은 ‘농구 코트 황선홍’

중앙일보

입력 2021.01.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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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농구 KT 포워드 양홍석(왼쪽)은 16일 안양 KGC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피를 흘리면서도 응급처치로 붕대를 감고 경기를 소화해 ‘투혼의 아이콘’으로 박수를 받았다. [사진 KBL]

프로농구 KT 포워드 양홍석(왼쪽)은 16일 안양 KGC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피를 흘리면서도 응급처치로 붕대를 감고 경기를 소화해 ‘투혼의 아이콘’으로 박수를 받았다. [사진 KBL]

올스타 휴식기를 맞아 부산 프로농구 KT 포워드 양홍석(24·1m95㎝)은 18일 병원을 찾았다. 그는 “찢어진 귀를 꿰매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농구계 황선홍’으로 불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미국전 당시 황선홍처럼, 경기 중 다쳐 피를 흘리자 붕대를 감고 뛰는 투혼을 불살라서다.

눈가·귀 찢어지는 부상에도 맹활약
올 시즌 더블-더블만 10차례 기록
송교창·이대성·허훈과 MVP 경쟁

양홍석은 16일 안양 KGC전 4쿼터에 상대 선수 팔꿈치에 맞아 왼쪽 귀가 찢어졌다. 급하게 지혈한 뒤에 붕대를 감고 코트로 돌아왔다. 동점 3점포를 터뜨렸고, 연장전 종료 6초 전에는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귀가 찢어져 마스크도 못 쓴 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양홍석은 “석 달 전에는 눈가가 찢어졌다. 그때보다 참고 뛸 만했다. 내가 뛴다고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1일 고양 오리온전에서도 팀 동료와 부딪혀 눈가가 찢어졌다. 그때도 붕대를 감고 나와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양홍석이 ‘붕대 투혼’을 발휘한 세 경기에 모두 승리했다. 양홍석은 “한 대 맞고 나면 정신 차리는 것 같다. 또 안 맞으려고 집중력이 좋아지나 보다. 가족이 걱정하길래 ‘남자는 한두 번씩 찢어진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농구계 황선홍’ 별명에 대해 “2002년 당시 5살이었다. 나중에 유튜브로 그 경기를 봤는데, 황선홍 선수는 투지와 열정이 멋있었다”고 말했다.

붕대 투혼을 불사른 KT 양홍석. [사진 KBL]

붕대 투혼을 불사른 KT 양홍석. [사진 KBL]

양홍석은 귀를 다쳤던 KGC전에서 22점·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올 시즌 10번째 ‘더블-더블’이었다. 국내 포워드가 한 시즌에 두 자릿수 더블-더블을 기록한 건, 현주엽(2004~05시즌 13회) 이후 16시즌 만이다. 그는 “대단했던 그분(현주엽)을 나 때문에 소환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홍석은 비시즌에도 매일 슈팅을 1000개씩 쏜다. 트레이너와 점프력 키우는 훈련도 한다. 브랜든 브라운(1m93㎝)이 출전할 때면 리바운드를 돕는 등 궂은일을 자처한다. 그는 “허훈 형과 브라운이 좋은 패스를 줘서 득점도 늘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1학년을 중퇴하고 프로에 뛰어든 양홍석은 프로 4년 차다. 지난 시즌 부진했다. “조던 놀이(개인 플레이)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던 서동철 KT 감독도 요즘은 “(양홍석이) 농구에 눈을 뜨고 있다”고 칭찬한다. 양홍석은 올 시즌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7.5개), 득점 2위(14.9점)다. 한 경기 최다득점은 33점, 최다 리바운드는 13개다. 허훈과 함께 팀을 4위에 올려놓았다.

양홍석은 송교창(전주 KCC), 이대성(오리온), 허훈과 함께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힌다. 그는 “훈이 형은 어시스트 1위다. 교창이 형은 1위 팀 에이스, 대성이 형은 2위 팀 에이스다. 난 팀 성적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장점을 “우직한 리바운드”로 꼽는 그는 1997년생 소띠다.

양홍석은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열정적이고, 서태웅처럼 득점력도 가졌다. 그는 “앞으로 몸을 던져 경기하겠다. ‘붕대 투혼’보다는 ‘더블 더블 머신’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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