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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나 통산 5승 “라이더컵 미국 대표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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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니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티샷하는 케빈 나. [AP=연합뉴스]

소니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티샷하는 케빈 나. [AP=연합뉴스]

18일(한국시각)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 재미교포 케빈 나(38)는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5)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짰다. 234야드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을 홀에서 8m 거리에 보냈다. 이어 칩샷으로 홀 50㎝에 갖다 붙였다. 크리스 커크(미국), 호아킨 니만(칠레)과 동률이던 케빈 나는 짧은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연장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퍼트가 들어가자 곧바로 홀에서 공을 꺼낸 그는 캐디와 손을 맞잡고 우승을 자축했다.

PGA 투어 소니 오픈서 우승 #“계속 우승하면 다음부터 쉬워져” #14년간 2승 이후 3년 새 3승 추가 #“팬들에 감사” 인터뷰는 한국말로

최종 합계 21언더파로 우승한 케빈 나는 2019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이후 1년 3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5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18만8000 달러(약 13억1000만원)다. 전날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9타를 줄여 선두권으로 뛰어오른 그는 최종 라운드 한때 선두에 3타 차로 뒤졌다가 뒷심을 발휘했다. 13~15번 홀에서 3연속 버디로 우승 경쟁에 다시 가세했다. 14번 홀(파4)에서는 3m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을 집으러 걸어갔다. 퍼트 성공을 확신할 때 선보이는 케빈 나만의 독특한 동작이다.

미국에서는 케빈 나의 이런 동작을 ‘워크인 퍼트(walk-in putt)’라고 부른다. 한동안 PGA 투어의 대표적인 ‘늑장 플레이어’였던 케빈 나는 나쁜 습관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 습관이 생겼다. 자신 있을 때만 나오는 이 동작은 어느새 PGA 투어에서 그를 떠올리게 하는 ‘시그니처 동작’이 됐다. 2019년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당시 케빈 나와 동반 라운드 한 타이거 우즈(미국)가 경기 도중 이 동작을 따라 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우승으로 케빈 나는 4시즌 연속으로 PGA 투어에서 1승씩 수확했다. 2004년 PGA 투어에 데뷔한 케빈 나는 첫 우승(2011년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까지 7년 걸렸다. 369경기 만의 우승이었다. 그다음 우승(2018년 밀리터리 트리뷰트)까지 6년 9개월 걸렸다. 그러나 3, 4, 5승은 모두 합쳐서 2년 6개월로 충분했다. 연이은 꾸준한 우승 비결에 대해 그는 “경험과 자신감이 중요하다. 계속 우승하다 보면 그다음 우승이 조금씩 더 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이 30대 후반을 향하는 그에게 더 큰 자신감을 줬다는 얘기다.

부인 지혜씨(오른쪽)와 딸 소피아(아래)는 케빈 나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조력자였다. [AFP=연합뉴스]

부인 지혜씨(오른쪽)와 딸 소피아(아래)는 케빈 나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조력자였다. [AFP=연합뉴스]

가족도 케빈 나를 성장시키는데 한몫했다. 케빈 나는 소니 오픈 우승 현장을 지켜본 부인 지혜씨, 5살 딸 소피아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그는 “우승의 원동력은 행복한 가정생활이다. 가족에게 보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팬을 향해 한국말로 “아침부터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 언젠가 또 한국에서 뵙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대회 전까지 페덱스컵 98위, 상금 82위였던 케빈 나는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10위(627점), 상금 15위(154만2312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세계 랭킹도 38위에서 23위로 상승했다. 그는 세계 20위권 재진입과 함께 미국 대표로 골프 대항전에 출전하고 싶다는 속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대결하는 라이더컵, 미국과 인터내셔널이 맞붙는 프레지던츠컵에 아직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 라이더컵 참가가 목표다. 몇 번 출전할 뻔했는데, 마지막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승부사다. 훌륭한 퍼트를 갖고 있고, 그 퍼트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나를 뽑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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