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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막걸리 안 팔아…버리는 게 태반" 자영업자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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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잘 안돼. 사람이 없어…." 

18일 서울 남대문시장. 아침부터 흰 눈이 살짝 내려앉은 시장 한복판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했다. 한 상가에서 만난 40대 한 점포주는 “코로나 전보다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도 가늠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얼마나 되는지 묻자 먼 곳을 바라보며 "잘 안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남대문시장 상가의 경비원 박 모(70) 씨는 “2.5단계든 1단계든 여기는 다 똑같다”며 “2.5단계를 일부 완화했다지만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답답해했다.

완화된 2.5단계에도 한숨짓는 자영업자 #식당·주점, 유통기한 짧은 음식 준비 못해 #헬쓰장·카페는 주인보다 손님이 더 걱정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완화된 18일 오전 남대문시장 거리 풍경. 인적이 없어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이병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완화된 18일 오전 남대문시장 거리 풍경. 인적이 없어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이병준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완화했지만 전통시장 상인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체감경기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업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정부를 향해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간제한 및 이용 인원 제한을 업종별 차별을 철폐하라"며 "코로나19 방역기준 조정기구를 구성해 업종별 현장 현실을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실내영업 풀린 카페엔 착석 손님 없어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로 그나마 카페와 베이커리 등은 숨통이 좀 풀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명동의 L 카페에는 오전 중 매장 내부에서 음료를 마시는 이를 보기 힘들었다. 이 카페 종업원 A(29) 씨는 “아침 일찍부터 준비했는데, 매장 내에서 음료를 드시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지난해 9월만 해도 이 시간 같으면 25명 정도는 매장에서 음료를 드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점과 음식점주 등은 하지만 카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주점과 음식점은 여전히 ‘오후 9시’ 시간제한과 ‘4인 이하’ 이용 인원 제한에 묶였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인근의 한 일식 주점을 들르니 "코로나19 사태 이전 인기 메뉴였던 ‘숙주나물 베이컨 볶음’은 여전히 팔지 않는다"고 했다. 저녁 술자리 손님 자체가 줄다 보니, 장기 보관이 어려운 숙주나물 같은 식재료는 사다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주점 주인은 "버리는 게 태반"이라고 했다. 같은 이유에서 막걸리 등을 판매하지 않는 주점도 제법 많았다. 막걸리도 소주·맥주 같은 다른 주류보다 유통기한이 짧아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홀 영업이 금지된 카페 업주들이 생존권 위협으로 정부를 상대로 약 17억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전국카페사장연합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홀 영업이 금지된 카페 업주들이 생존권 위협으로 정부를 상대로 약 17억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헬스클럽 이용 더 생각해보겠다"

정부는 ‘2.5단계 완화’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카페는 물론 헬스클럽이 특히 그렇다. 헬스클럽의 경우 시설 허가ㆍ신고 면적 8㎡당 1명 이하로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샤워장 이용은 금지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R 헬스클럽은 회원들에게 최근 ‘운동을 재개할지’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가 낙담했다. "더 생각해보겠다"는 답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헬스클럽 회원인 김규일(42) 씨는 “당분간 유산소 운동보다는 땀이 덜 나는 골프 레슨 등으로 몸을 풀 생각”이라며 “운동을 한 다음에도 나는 수건에 물을 적셔 대충 닦고 나올 생각인데 주변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카페나 헬스클럽 모두 당분간 이용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카페·헬쓰클럽 등은 자체 방역 강화 

카페나 헬쓰클럽들 역시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모처럼 되살아난 영업기회를 스스로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경우 QR 체크인은 기본이다. 또 '2인 이상 좌석 사용 시 한 시간 이내 사용 가능'이란 별도 안내와 ‘고객 간 최소 1m 안전거리 유지', '마스크 상시 착용’ 등을 요청하고 있다. 카페 브랜드인 할리스커피도 매장 소독 및 대대적인 방역지침 재점검에 나섰다.

정부도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이날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루빨리 완화되기만 기대하고 있다“며 ”설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할인 등 다양한 매출 증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ㆍ이병준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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