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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한잔의 묘약

중앙일보

입력

포도주와 관련된 최근 흥미로운 뉴스 두 가지. 하나는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다. 이번 여름 프랑스의 전례 없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일조량이 늘어나 포도 작황은 물론 포도주의 맛이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건강 관련 뉴스다.

그동안 알려졌던 심장병 예방.항노화.항암효과에 수명 연장이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팀이 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한 내용. 적포도주에 많이 든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란 성분이 시르투인(sirtuin)이란 효소의 생산을 증가시켜 효모의 수명을 70%까지 연장시켰다는 것이다. 놀라운 결과이긴 하나 실험대상이 곰팡이의 일종인 효모여서 사람의 수명도 늘여줄지는 더 연구해봐야 알 수 있다.

포도주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이다. 고대 이집트 의사들은 심장병.천식.피부병.우울증.분만시 통증을 치료하는 데 활용했다. 고대 그리스에선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를 씻는 데 쓰는 살균제였다.

최근엔 심장병 예방을 위해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장병과 생활습관의 인과 관계를 조사해 1989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구에선 지방 섭취량이 많을수록 심장병 사망률이 높았지만 단 한 나라(프랑스)만은 예외였다.

프랑스 요리는 고지방.고열량 위주여서 동맥경화가 생기기 쉬운데도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은 영국.독일.미국인의 50% 이하였던 것. 채식을 주로 하는 일본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학자들이 이유를 추적했고, 마침내 적포도주를 그 비결로 지목했다. 프랑스인은 식후에 포도주 대신 물을 마시는 사람을 "개구리 아니면 미국인"이라고 놀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포도주를 즐기는 국민이다. 연간 1인당 평균 소비량이 67ℓ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프렌치 패러독스'(프랑스인의 모순)다.


◇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

포도주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도움을 줄까. 비밀의 열쇠는 폴리페놀이란 항산화(抗酸化)물질이 쥐고 있다. 이번에 효모의 수명연장 물질로 밝혀진 레스베라트롤도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이 폴리페놀이 우리 몸 안에서 과잉 생산된 유해산소를 없애 동맥경화.고혈압.심장병.암 등을 예방하는 것. 적포도주의 항산화능력은 대표적인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E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리페놀은 주로 포도의 껍질과 씨에 몰려 있다. 따라서 껍질.씨를 함께 발효시킨 적포도주엔 폴리페놀이 풍부하나 껍질을 제거한 후 발효시킨 백포도주나 로제 와인엔 부족하다. 포도에 든 섬유질의 일종인 펙틴도 장에서 콜레스테롤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포도주가 기억력.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적포도주가 흡연에 의한 혈관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최근 유럽심장병학회에서 아테네대학병원 연구팀은 "적포도주의 특정 성분이 니코틴에 의해 동맥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다"며 "하루 적포도주 2잔이면 하루 담배 한갑의 해악을 상쇄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식사 중 포도주를 마시면 위산분비와 위장 운동이 활발해지고, 위암 발생과 관련된 헬리코박터 필로리균을 죽이는 가외의 소득도 올릴 수 있다.

◇ 과음하면 해롭다

포도주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많은 영국인들은 '프렌치 패러독스'가 허구라고 주장한다. 포도주를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인의 심장병 발생률이 낮은 것은 그들이 육식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아서이지 포도주 덕분은 아니라는 것이다.

포도주도 너무 많이 마시면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과음하면 숙취가 잘 오고 쉽게 깨지 않는 술로 유명하다. 과음은 심장병 예방은커녕 오히려 혈액 응고를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할 수 있다. 또 고혈압.비만.지방간.알코올 중독증의 원인이 된다.

가득 채운 한 잔(1백25㎖)의 적포도주는 85㎉, 백포도주는 90㎉의 열량을 낸다. 게다가 포도주는 음식맛을 좋게 하고 식욕을 돋우므로 다이어트를 방해할 수 있다.

적포도주는 편두통을 일으킬 수 있고, 포도주에 이산화황(효모나 세균의 발육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이 잔류할 경우 천식을 유발.악화시키기도 한다. 포도주의 공식적인 권장량은 없지만 영양학자들은 보통 하루 50~3백㎖를 권한다.

▲도움말 주신 분 : 아주대병원 소화기 내과 함기백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오동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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