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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로서 티빙의 경쟁력?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K콘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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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양지을 대표는 “20~30대가 OTT 유행을 선도하고, 40~50대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며 “3년 내 유료 가입자 500만 돌파가 목표지만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티빙 양지을 대표는 “20~30대가 OTT 유행을 선도하고, 40~50대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며 “3년 내 유료 가입자 500만 돌파가 목표지만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K콘텐트입니다. 그걸 더 잘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15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양지을 대표가 꼽은 티빙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CJ ENM으로부터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데 이어 이달 초 JTBC스튜디오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8월부터 티빙을 이끌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tvN ‘사랑의 불시착’, JTBC ‘이태원 클라쓰’ 등 양사에서 제작한 작품이 지난해 일본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 톱 10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환영받는 덕분이다.

티빙 2.0 시대 이끌 양지을 대표 #CJ ENM-JTBC 손잡고 출사표 던져 #“‘여고추리반’ 등 올해 오리지널 15편 #네이버 협업해 3년내 500만 가입 목표 #벌써부터 해외 파트너 러브콜 쏟아져”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할 때만 해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킹덤’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를 적극적으로 만들면서 빠르게 정착했죠. 기존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미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지식재산권(IP)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현재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철인왕후’가 종영해도 티빙에서는 에필로그 영상 등 부가 콘텐트로 계속될 수 있는 거죠. 오리지널을 넘어 프리미엄으로 가고자 합니다.”

“미국 OTT 평균 3개 이용…한국도 잠재력”

티빙에서 첫 번째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 ‘여고추리반’.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은 추리 예능으로 아나운서 박지윤, 예능인 장도연, 연반인 재재, 가수 비비, 아이즈원 최예나가 출연한다. [사진 티빙]

티빙에서 첫 번째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 ‘여고추리반’.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은 추리 예능으로 아나운서 박지윤, 예능인 장도연, 연반인 재재, 가수 비비, 아이즈원 최예나가 출연한다. [사진 티빙]

29일 공개되는 첫 번째 오리지널 작품으로 ‘여고추리반’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시리즈로 팬덤을 구축한 정종연 PD가 선보이는 추리물이다. “콘텐트 제작 역량만큼이나 중요한 게 우리 타깃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OTT 시장의 주 고객은 MZ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이 보고 싶은 작품을 먼저 선보이는 게 맞다고 봐요. 추리 예능인 만큼 드라마 못지않은 관객 동원력과 몰입감도 있고요. 올해 15개 이상 작품을 계획 중인데 다음 타자는 나영석 PD가 준비 중입니다.”

콘텐트 제작에 3년간 40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티빙은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12월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월간 순 이용자(MAU)는 넷플릭스 816만, 웨이브 370만, 티빙 279만 명 순이다. “국내 IPTV 가입자가 2000만 가구 수준인데 OTT도 그 정도 잠재력은 있다고 봅니다. 미국처럼 평균 3개 정도 사용하는 복수 이용자가 늘어나면 조기 달성할 가능성도 있고요. 국내 서비스를 성공리에 안착하는 게 우선 목표이긴 하지만 해외 파트너십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 해외 진출도 생각보다 빨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종 OTT 협업 좋지만 지금은 경쟁할 때”

[자료 닐슨코리안클릭]

[자료 닐슨코리안클릭]

다음 달 시작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거는 기대도 크다. 월 4900원을 내면 결제금액의 최대 5%까지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웹툰 쿠키 49개ㆍ시리즈온 영화 1편ㆍ네이버 콘텐트 체험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현재 서비스에 티빙이 추가된다. 양 대표는 “ITㆍ유통업체와 OTT의 협업은 아마존 프라임 모델로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사와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다양하게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는 “토종 OTT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분야다 보니 협력해서 스케일을 키우자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도 중요합니다. 20억 달러(약 2조원) 투자를 받은 퀴비가 고객 마음을 살만한 콘텐트를 만들지 못해 사라지게 된 것처럼 규모가 크다고 해서 좋은 서비스가 나오는 건 아니죠. 지금은 성장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로 경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협력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요.”

“OTT로 자막 경계 빠르게 무너져”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철인왕후’. 티빙에서 독점 부가 콘텐트를 준비 중이다. [사진 tvN]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철인왕후’. 티빙에서 독점 부가 콘텐트를 준비 중이다. [사진 tvN]

올해는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진출하는 등 OTT 시장에 격전이 예고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ㆍ리얼네트웍스ㆍ액틸리티ㆍ로제타스톤 등에서 근무한 플랫폼 전문가인 그는 “경쟁이 확대되면 시장은 성장하기 마련”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사가 늘어나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죠. 얼마 전 OCN ‘경이로운 소문’ 이용자가 폭증해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인공지능(AI) 추천 서비스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우수 인력을 초빙해 시스템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는 2010년 출범해 35개 실시간 TV 채널을 포함해 6만여편의 콘텐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티빙이 이제 ‘2.0 시대’를 맞았다고 했다. “필름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넘어갈 때처럼 과도기를 겪었다고 생각해요. 비전도 있고 잠재력도 있는데 전환이 조금 늦었을 뿐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년 전 미국 유학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를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삼성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이후에도 문화콘텐트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이제 영화 ‘기생충’을 보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죠. OTT로 자막에 대한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면서 K콘텐트는 더 막강한 힘을 갖게 될 거라 봅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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