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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앙상한 가지 끝에 숨은 희망 찾기

중앙일보

입력

예년보다 추운 겨울입니다. 날씨도 워낙 춥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을 염려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들고 스스로 안으로 움츠러드는 그런 때죠. 겨울은 춥고 왠지 한 해의 마지막 같지만 생각해보면 한 해의 시작인 1월도 겨울입니다. 일주일을 주로 월화수목금토일이라고 말하지만 미국·일본·캐나다 등지에선 한 주의 시작을 일요일로 보죠. 그런 것처럼 한 해의 시작도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시작과 마무리를 겨울이라는 계절이 맡고 있는 것이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10 겨울눈

죽음이 생명의 탄생을 담고 있듯이 끝은 새로운 시작을 담고 있습니다. 1월을 뜻하는 영어 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야누스는 앞과 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진 고대 로마의 신이에요. 흔히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사람을 칭할 때 야누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죠. 그렇듯이 1월은 한 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동시에 갖고 있는 그런 때입니다.
개구리도 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움츠려야 하지요. 겨울이란 계절도 새로운 봄을 위해 움츠리고 있는 계절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기도 좀 더 나은 시대를 위한 움츠림으로 생각하고 이런 기회에 다시 자신을 돌아보고 내 안에서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찾아내는 시기로 삼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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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겨울잠을 잔다
많은 곤충과 개구리·뱀 같은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듯이 식물도 겨울잠을 잡니다. 풀은 시들어 버리고 뿌리에서 혹은 씨앗으로 새봄에 돋아나기를 기다리고,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양분을 모두 거둬들여서 뿌리로 보내고 겨우내 잠자듯이 쉽니다. 최소한의 생명 유지만 할 뿐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거예요. 물론 일부 늘푸른나무(상록수)는 예외입니다만 대부분의 낙엽수는 이와 같은 삶을 선택하고 살아갑니다. 시련이 닥칠 때 그에 맞설 수도 있지만 잠시 몸을 움츠려 세찬 바람은 피하면서 그동안 힘을 키우거나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좋겠지요. 오래전 빙하기에 고대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들이 살아남은 방법도 움츠림입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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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움직이기 어려운 요즘, 혼자라도 집 주변 공원이나 숲에 나가 보세요. 혼자서도 얼마든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요즘 같은 겨울엔 특히 나무를 잘 살펴보세요. 모두 훌훌 벗어버리고 맨몸을 드러낸 이 시기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나무의 모습이 보입니다. 잎으로 덮였을 때는 둥그렇게 보였지만 잎이 떨어지면 뾰족하고 사방으로 뻗친 나뭇가지들을 만납니다. '이 나무가 이런 모양이었나?' 하고 새롭게 느낄 수 있죠.
어찌 보면 나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습니다. 겉으론 둥글게 둥글게 다른 이들에게는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지만 조용히 혼자 있을 때는 정말 내 안의 나만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처럼요. 겨울에 나무들은 마치 그런 것처럼 진솔한 모습입니다. 다른 계절엔 잎이나 꽃이 있어서 나무를 알아보기가 쉬운 편이지만 겨울엔 그 나무가 그 나무 같고 헛갈리지요. 하지만 겨울에도 나무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무를 자세히 보면 가지 끝부분에 겨울눈이 있습니다. 풀에는 없지만 나무에는 있는 거예요. 마치 씨앗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겨울을 잘 견뎠다가 봄이 오면 그 겨울눈에서 새싹이 나서 나무가 자라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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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나무가 '정말 나를 사랑하니? 정말 내게 관심 있니?' 하고 물어오는 계절인 듯합니다. 춥고 메마른 겨울은 생명체들에게 혹독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갑니다. 잘 준비된 모습으로 살아내지요. 매일 같이 힘든 이런 때 다시 한번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 세상 모든 생명이 소중하고 특히 나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임을 기억하는 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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