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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의 실수 없다"…백신 유통, 영하70도와 싸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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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하며, 3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백신의 예방효과는 투약 방법에 따라 70~90%였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하며, 3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백신의 예방효과는 투약 방법에 따라 70~90%였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접종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외서 반입해 전국에 배달하기까지의 백신 유통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지난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우려를 산 만큼 코로나 19 백신 만큼은 안전한 유통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류업계, 백신 접종 한 달 앞두고 #"모의시험하며 콜드체인 완벽 구축" #"지난 여름같은 상온 노출 없을 것"

물류업체, 코로나 백신 유통 시뮬레이션 중

17일 의약품 유통·물류업계 따르면 업체들은 물밑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에 들어갔고 내부적으로는 모의 수송 테스트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동탄제약센터에서 만난 박기정 센터장은 “코로나 백신 유통 관련해 몇 군데 업체 이름이 나오지만 누구도 단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겉으론 조용하지만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 역시 코로나19 백신 수송 가능성에 대비해 하루에도 몇 차례 수송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동탄의 CJ대한통운 제약 물류센터에서 17일 의약품 분류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경기도 동탄의 CJ대한통운 제약 물류센터에서 17일 의약품 분류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국가예방접종사업의 경우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가 정부 입찰을 딴 후 물류업체에 재위탁해 지역 배송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독감 백신은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수주하며 사단이 생겼다. 백신의 급한 배송 일정에 맞추려다 정작 백신을 일정 온도 밑으로 유지해야 하는 콜드체인을 소홀히 했다.

물류업체에서는 코로나 19 백신은 콜드체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유통을 의약품 전문성이 확보된 수송업체가 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랩셀(제약사), 쥴릭파마·지오영(의약품 유통업체), CJ대한통운·용마로지스·고려택배(의약품 물류업체)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업체는 백신 콜드체인은 외부 온도와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유통 전구간에서 백신을 저온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스트라제네카는 영하에도 2~8℃ 유지해야 

콜드체인은 온도에 따라 변형·손상될 위험이 있는 제품을 저온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유통 과정을 말한다. 상온노출 등이 생기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제품은 보관·유통 조건이 영하 70도이고,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다. 댜행히 국내에서 2월 말 접종 가능성이 높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으로 보관·유통 조건이 섭씨 2~8도 정도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운송 차 안에서, 또 하차 후 최종 배송지인 병·의원·보건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상 2~8도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의 이호관 품질보증부장은 “결국 해당 백신이 요구하는 온도를 장시간 유지하려면 냉매제와 패키징(특수 용기)이 중요하다”며 “또 패키징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배송 차량의 콜드체인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차량 밖 기온이 겨울철 영하로 떨어져도 아스트라제네카 패키징 내부 온도는 2~8도를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운반 차량 내부 온도는 정온(12~28도)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물류계열사인 용마로지스는 최근 물류·IT솔루션 기업인 삼성SDS와 극저온 창고를 보유한 한국초저온과 함께 백신 유통을 위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특히 용마로지스 관계자는 운반 조건이 까다로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관련해 “특수 용기 활용 시 영하 20~70도 조건을 유지하며 백신 배송이 가능한 콜드체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별 공급 일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 백신별 공급 일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 백신 운송업체 선정 서둘러야”  

다만 관련 업계에선 적어도 내달 중순부터 백신 운송이 시작돼야 하는데 정부의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기존 배송 물량에 코로나 백신 배송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백신 운송업체 선정은 어떻게 할지, 운송 시기와 물량은 어느 정도일지 세부지침이 나온 게 없어 막연하게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해외에서 국내까지 코로나19 백신 수송은 국토교통부가, 백신 보관·유통은 국방부가 주축으로 담당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을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건 의약품 유통·물류업계가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어떻게 하면 4가지 백신을 안전하게 접종까지 할 수 있을지 업계한테 계획서를 받아 검토 중”이라며 “한두 개 기업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통합 유통센터나 물류체계를 만드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민정ㆍ이병준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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