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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개월 아기 사망은 병원과실"···'기도 삽관' 1·2심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병원, 적절한 산소공급 못해 저산소증 사망” 

구급차 일러스트. 연합뉴스

구급차 일러스트. 연합뉴스

‘기도 내 삽관 및 기관흡인’ 시술을 받은 뒤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한 신생아의 유족에게 병원 측이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신생아에 대한 기도삽관 치료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치료 뒤 신생아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에 ‘사망 원인’이라고 봤다.

[사건추적] #광주고법, 1심 ‘청구 기각’ 깨고 ‘2억8700만원 지급하라’

 광주고법 민사3부(김태현 고법 판사)는 조선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숨진 생후 1개월 신생아 A양의 유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깨고 “병원 측은 원고에게 2억8700여 만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A양은 2016년 1월 8일 폐렴과 청색증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으로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2016년 1월 11일 기도 내 삽관 및 기관흡인 직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 기도 내 삽관 및 기관흡인이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인공호흡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기도 등에서 분비물을 제거하기 위해 흡인(吸引) 기구를 집어넣는 치료법을 말한다.

 사망 후 A양 유족은 ▶불필요한 기관흡인 ▶과도한 멸균생리수 및 공기 주입 ▶의료과실로 기도 삽관된 산소 주입 튜브가 식도로 이탈 등을 사망 원인으로 주장하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어려운 시술” 판단

 1심 재판부는 “병원 측에 사망 책임이 있다”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양이 앓고 있던 세기관지염과 폐렴의 경우 기도 염증, 부종, 가래 등 분비물 증가가 원인이기 때문에 분비물 제거를 위해선 기관흡인 치료가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기관흡인 치료 때 신생아에게 과도한 멸균생리수를 주입하고 너무 많은 공기를 주입해 기흉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유족은 A양이 기관흡인 치료를 받을 당시 공기 주입으로 흉부가 아닌 복부가 부풀어 오른 점을 놓고 “병원 측이 기관 내 삽관된 산소 튜브를 건드려 기관이 식도에 빠지면서 산소공급이 중단돼 저산소증에 의한 심정지가 발생했다”며 의료사고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신생아에 대한 기관삽관은 신생아의 기도가 매우 짧아 매우 난이도 높은 기술이고 준수해야 할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 설명했다.

광주고등법원 청사. 뉴스1

광주고등법원 청사. 뉴스1

항소심 “적절한 산소공급 못 한 의료과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기관흡인 치료가 필요한 조치였고 과도하게 멸균생리수나 공기를 주입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의료진이 기관흡인 과정에서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를 놓고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A양은 분비물 때문에 기관흡인 치료를 받기 전 산소포화도를 95% 이상 유지했는데 기관흡인 직후 산소포화도가 64%까지 떨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관흡인 치료 10시간 전 A양의 X-ray 영상에서 산소 주입을 위한 튜브가 적당한 깊이보다 얕게 들어가 있었고, 공기 주입 뒤 흉부가 아닌 복부가 부풀어 올랐던 점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원 측이 충분한 깊이의 기도 삽관과 위치 표시를 유지하지 못해 튜브가 빠지기 쉬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빠진 튜브를 제때 기도에 삽관하지 못해 신생아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을 못 해 저산소증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생아에 대한 기도삽관과 기관흡인이 어려운 특성, 기관흡인의 전후 사정 및 진행 경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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