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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재택근무 고노 인터뷰 "백신 접종해야 올림픽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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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미·일은 안전보장 등 여러 과제를 공유하는 중요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실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마음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중 관계가 불안해진 가운데 한·일이 보조를 맞추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독 인터뷰] ""한·미·일은 중요한 파트너" #"한국 디지털화 상당히 진척, 일본도 배워야"

고노 행정개혁담당상은 지난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과 방위상을 지냈으며, 현 스가 내각에서도 디지털 개혁을 총괄하는 행정개혁 담당상에 발탁됐다. 자민당 안에서 개혁적인 인물로 분류되는 그는 17일 마이니치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다음 중의원 선거 후 총리에 어울리는 사람” 1위로 단숨에 올라왔다.

고노 행정개혁담당상은 “한국은 디지털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그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상황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선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도쿄올림픽도 가능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데 대해선 “주권면제라는 국제적인 대원칙을 위반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이 지난 14일 중앙일보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고노 장관은 지난 8일 긴급사태가 선언된 이후 각료 중 유일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zoom 캡처]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행정개혁담당상이 지난 14일 중앙일보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고노 장관은 지난 8일 긴급사태가 선언된 이후 각료 중 유일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zoom 캡처]

도쿄도와 인근 3개현에 긴급사태가 선언된 지난 8일 이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고노 담당상과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영상회의시스템인 줌(zoon)을 통해 진행됐다. 그는 국무회의와 의회 출석을 제외하고는 가나가와(神奈川)현 히라쓰카(平塚)에 있는 집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코로나19를 통해 일본이 디지털화가 상당히 뒤쳐졌다는 게 확인됐다. 왜 이렇게 늦었나.
지난 30년간 일본 정부는 사회보장비용과 국채 이자 비용을 지불하느라 디지털화에는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자꾸 뒷전으로 미룬 결과다. 또 일본의 IT 인재의 3분의2는 NEC 같은 대기업 벤더에 집중돼 있다보니, 정부 스스로도 (IT 개발) 능력이 제한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약 1700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분권이라는 명목으로 지자체 스스로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에 상당히 민감한 국민들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데이터를 연계해 활용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국민들이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금 이상으로 디지털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공유됐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장 늦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백신 접종 시기도 늦은 편인데, 도쿄올림픽 개최는 할 수 있을까
백신 접종은 2월부터 시작된다. 스케줄을 봤을 땐 그렇게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접종이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올림픽도 가능하기 때문에 제대로 해나가려고 한다. 

※고노 담당상은 로이터통신에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올림픽)은 둘 중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며 올림픽 개최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일본 각료가 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을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7일 로이터 보도에 대해 "장소와 일정이 결정돼 관계자들이 감염 대책을 포함해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고 진화했다.

디지털화나 코로나19 공동대응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협력할 생각도 있나
한국은 상당히 디지털화가 진행되어 있다. 그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은 한국, 일본이 코로나19를 잘 진정시켜서 사람들의 왕래를 빨리 재개하고 싶었는데, 일본이 현재 이런 상황이어서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 방위상을 지내는 동안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한·일 관계엔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외무상 재임 중 가장 사이가 좋았던 상대가 강경화 외교장관이었다. 2018년은 ‘김대중·오부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양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제안을 만들어 나와 강 장관은 기대가 높았던 참이었다. 그때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왔다. 강 장관과 함께 쌓아온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시 한국 측에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했는데.
나의 할아버지 시대의 선배들이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맺었다. 드디어 국교를 회복하고 ‘자, 서로 앞으로 나가자’고 선언한 것이다. 한일기본조약은 양국의 결정이자 약속으로서 양국 간 관계의 기본이다. 양국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난 8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금액 1억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권면제’라는 국제적인 대원칙을 위반한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삼권분립 원칙이 있지만 주권면제라는 국제적 룰을 사법부가 존중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제대로 주장해주기를 바란다.
지난 2018년 9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뉴욕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제공]

지난 2018년 9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뉴욕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일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보나.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포함해 안전보장 등 여러 과제를 공유하는 제대로 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한국,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외교적 측면에서도 공동 보조를 취할 수 있는 국가다. 한·일 관계 악화로 외교적으로 보조를 맞추기 어렵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강 장관과 나는 “국제기구 진출 때도 서로 돕자”고 했었다. 일본은 한국의 인재를 보내는 걸 도와주고, 한국도 일본이 입후보한 국제기구 선거에서 응원을 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도중에 점점 어렵게 됐다. 실은 가장 이웃이고 마음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불안해진 가운데 한국, 일본이 보조를 맞추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안전보장 뿐 아니라 자유무역, 과학기술 관점에서도 협력해야 한다.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취임 초기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올해 일본 정국의 전망은.
지지율 하락의 배경엔 코로나19 감염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각 지지율이라는 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다.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정부로서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택근무 하는 장관, 트위터 팔로워 214만명..."언젠가는 총리될 것"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은 1996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줄곧 “언젠가는 일본의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아소(麻生)파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평가받던 그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출마를 포기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관방장관을 지지했다.

그는 “다음 총재선거에는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정부가 하나가 되어서 코로나19 해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각료로서의 나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총리가 되는 시기는) 곧 올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트위터 팔로워를 214만명 넘게 보유하고 있는 그는 네티즌들과도 격의없이 대화가 통하는 일본의 몇 안되는 정치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트위터엔 대부분 RT(재언급)을 해주거나, 일면식이 없는 네티즌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답을 달아준다. 유튜브에서 단독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그는 “트위터는 심심풀이용”이라면서도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블로그와 메일 매거진을 시작했고, 유튜브도 그런 일환”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소감을 묻자 그는 “아토피가 심한 피부인데 집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 좋다”면서도 “오래 앉아있어야 해서 허리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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