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불투명해도…녹초 되도록 쏘는 진종오

중앙일보

입력 2021.01.17 17:13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딴 권총황제 진종오. 김상선 기자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딴 권총황제 진종오. 김상선 기자

당초 지난해였던 도쿄 올림픽은 1년 미뤄져 7월 23일 개막할 예정이다. 앞으로 188일(18일 기준) 남았다. 그런데 주최국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17일 기준 하루 확진자는 7000명대다. 누적 확진자는 32만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7일까지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외국인 선수의 특례입국까지 불허하고 있다.

1월 1일부터 훈련 재개 총사령관
일본 내 코로나 최악, 취소론까지
선수 최선 컨디션 때 올림픽 해야
2024 파리 올림픽으로 은퇴 수정

최악의 상황에도 일본 정부는 올림픽 준비에 17조원을 쏟아부었다. 스폰서 업체도 이미 많은 돈을 내놓은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최 강행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16일 “(도쿄올림픽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취소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 내 여론조사에서도 자국민 80%가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까.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딴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도 개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에서 3회 연속 올림픽 남자 50m 권총을 제패했다. 2012년에는 10m 공기권총 금메달도 땄다.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스테이어의 EVO10을 쓰고 있는데, 그가 선택한 총은 세계 사격계에서 판매량이 급증할 만큼 영향력 크다.

진종오가 쓰는 10m 공기권총 ‘EVO 10E’.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스테이어가 진종오만을 위해 1년에 걸쳐 제작한 특별판이다. [중앙포토]

진종오가 쓰는 10m 공기권총 ‘EVO 10E’.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스테이어가 진종오만을 위해 1년에 걸쳐 제작한 특별판이다. [중앙포토]

진종오는 1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프랑스·일본·유럽 쪽 선수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 대부분 ‘현재는 모든 게 불확실한데, 몇 달 뒤 코로나19가 잡힐 수 있을지,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하는 게 맞을지’ 등을 공통으로 우려한다. ‘아예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선수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관중 개최 가능성도 나온다. 관중은 없어도 일단 대회가 열리면 선수 약 1만1000명, 코치진, 스태프, 자원봉사자까지 수많은 인원이 몰린다. 이들 모두 7월까지 백신을 맞고 항체를 형성할지 의문이다. 일본 육상 장거리선수 히토미 니야는 “부작용 우려로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진종오는 “선수 입장에서 보면, 올림픽은 최선의 준비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가야 한다. 백신을 접종할 경우 컨디션 유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다. 만약 백신으로 상황이 안정되고, 함께 치료제도 개발된다면 (올림픽은) 무조건 참가하고 싶다. 하지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일본과 IOC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진종오는 다시 권총을 집어 들었다. 지난해 국내외 대회가 취소되면서 진종오는 1년 넘게 실전 경험을 쌓지 못했다. 그는 “3월 대표 선발전이 잡혔다.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하루 최소 300발을 쏜다. 팔이 안 올라가고 녹초가 될 정도로 연습한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50m 권총이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그는 10m 공기권총과 남녀 혼성 경기에 출전할 계획이다.

진종오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경품사격장을 찾아가 좌절을 경험했다. [사진 총사령관 진종오 캡처]

진종오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경품사격장을 찾아가 좌절을 경험했다. [사진 총사령관 진종오 캡처]

사격 대중화를 위해 진종오는 유튜브 ‘총사령관 진종오’라는 채널을 운영 중이다. K2와 M16 등 소총을 비교하고, 경품사격장을 찾아가 좌절을 경험하고, 주머니에 손 넣고 사격하는 등 사격선수 이모저모 등을 영상으로 전한다. 방송에서 그는 “만약 전쟁에 나간다면 애국자답게 K2를 들고 가겠다”, “경품사격장에서 장난감 총 대신 경기용 총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주머니에 왼손을 넣는 건 폼 때문이 아니라, 권총 무게가 1.2㎏이라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몸의 안정을 위해”라고 대답 또는 설명했다.

서울시청 플레잉 코치이기도 한 진종오는 후배도 열심히 가르친다. 그는 “마크툽(‘모든 것은 기록돼 있다’는 뜻의 아랍어)이라는 말을 해준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듯, 총을 쏘다 보면 잘 맞는 날도 안 맞는 날도 있다. ‘불행에 좌절하지 말고 그 또한 이겨내야 할 일 중 하나로 여기라’고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진종오는 꼭 1년 전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을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무대로 삼고 싶다. 이후 클레이 사격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은퇴 시점을 2024년 파리올림픽 이후로 수정했다. 그는 “올림픽다운 올림픽에서 은퇴하고 싶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미련이 남을 것 같다. 파리 올림픽 때면 45세고 노안도 올 테지만, 농구 허재 형님이 멋진 은퇴경기를 치렀듯, 나도 멋진 경기로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