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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맞은 한인 "2차 접종후 오심왔지만 견딜 만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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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젠 가족에게 (바이러스를) 옮긴다거나, 코로나 19 환자를 대하는 두려움과 공포감에서 벗어났습니다."

B씨의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백신 증명서. B씨 제공

B씨의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백신 증명서. B씨 제공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한 병원의 진단 영상의학과에서 일하는 한인 B(62)씨의 얘기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 중 한명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2354만 5000여명, 누적 사망자 수가 39만 2000여명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확진자의 25%, 사망자의 19.5%가 미국에서 나왔다.

B씨도 매일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루 3~4명의 코로나19 환자 방사선 사진 촬영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B씨는 백신 접종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현지시각)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에 이어 지난 12일엔 2차 접종까지 끝냈다.

1차 접종 후 B씨는 바로 정상근무에 들어갔다. 중앙일보와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그는 "오전 5시 30분에 왼쪽 팔에 백신을 맞았는데 주사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있는 정도였다"며 "가만히 있을 때는 아무 느낌 없다가 왼쪽 팔을 올릴 때 통증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차 접종 후엔 반응이 조금 달랐다고 한다. B씨는 "오전 6시 30분에 맞고 그날 저녁부터 주사 부위에 통증과 오심, 그리고 피로감이 있었다"며 "다음날 휴가를 냈고, 푹 자고 일어나니 견딜 만했다"고 말했다. 접종 백신 선택 여부에 관해 묻자 그는 "병원에서 공급받은 대로 맞아서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는 한국만큼 백신 불신하지 않아"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가 이어졌다는 보도에 대해 그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독감 백신을 20년 동안 맞았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예방 주사에 대한 공포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사망자의 정확한 원인이 아직 규명 안 됐으니 (보도가)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기는 한국처럼 백신을 불신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B씨는 미국 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직군(의사·간호사·의료기술직·청소부·요리사·의료장비 맟 약품 배달원 등)은 대부분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끝냈다고 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미국 내 한인의 우려에 대해선 "언제 맞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B씨가 일하는 병원이 지난 7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게재한 병원 소식지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서 1만 8000여명의 직원이 백신을 맞았거나 맞을 예정이다. 전체 직원 수의 21%에 해당하는 7100명은 접종을 거부했다. A 병원은 이에 대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를 밝힐 의무가 없으며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맞고 싶으면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B씨는 "백신 접종이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사 알레르기나 심신미약 혹은 지병 등으로 (접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차 접종 때 면역 반응이 더 세"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안내문(Fact sheet for recipients and caregivers). B씨 제공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안내문(Fact sheet for recipients and caregivers). B씨 제공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백신 접종 대상자에게 나눠준 안내문에 따르면 접종 부위의 통증·충혈·붓기, 피로감, 두통, 근육통, 오한, 관절통, 열, 메스꺼움, 불편함, 림프샘 붓기가 보고됐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으로는 호흡 곤란, 얼굴과 목의 부어오름, 빠른 심장박동, 몸에 붉은 발진, 어지러움과 힘없음이 있다. 위와 같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땐 911에 전화하거나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B씨의 백신 접종 후 반응에 대해 “80% 이상이 2차 때 면역 반응이 더 세게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이상 반응과 항체 생성은 비례한다" 면서 "이런 반응이 없으면 항체가 안 생긴다고 보면 된다" 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심으로 인해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환자의 상태와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등 면밀한 관찰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 교수는 노르웨이 등에서 환자가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소식에 대해 "쇠약하거나 고령 환자의 경우 백신을 맞은 후 미세한 이상 반응도 사망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백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접종 대상인 환자 선정에 있어 더 세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작용 없는 백신은 없다"며 "백신은 위험보다 이득이 클 때 접종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에서 중심을 잡고 실시간으로 최대한의 정보를 구하고 이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 국민에게 즉시 알려줘야 한다"며 "국민이 무작정 백신을 두려워하고 잘못된 백신 관련 정보에 계속 노출된다면 접종률을 높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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